페이스북, 접속 지연 야기 과징금 4억 ­.. 업계 "솜방망이 처벌"

강기헌.조진형 입력 2018. 3. 22. 00:04 수정 2018. 3. 22.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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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2017년 사건 제재 결정
통신사와 망사용료 갈등 빚던 페북
접속 경로 멋대로 홍콩으로 바꿔
가입자 서비스 장애 피해 잇달아

미국에서 개인 정보 유출로 곤욕을 겪고 있는 페이스북에 국내에서도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21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페이스북이 2017년 말까지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린 일이다. 페이스북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간 갈등이 원인이 됐다. 당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페이스북에 망 비용을 내고 ‘캐시서버’를 운영하라고 요구했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페이스북은 KT에만 망 비용을 내고 자사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망을 접속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

캐시서버는 서버와 사용자 간에 설치되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는다. 사용자가 많이 찾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 콘텐트를 저장해 놓고 공급한다. 페이스북 서비스 초기에는 미국에 있는 서버에서 콘텐트를 가져왔지만, 사용자가 많아지며 이를 소화할 수 없어 국내에 캐시서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페이스북 콘텐트 이용량이 늘며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자 접속료 문제가 불거졌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KT를 상대로 망 접속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자사 인터넷망을 통해 페이스북 캐시서버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2016년 1월부터 법이 바뀌어 ISP 간 접속 통신료는 사용량이 늘면 그만큼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게끔 바뀌었다.

하지만 KT가 접속 통신료 인상을 거부했고,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서버를 홍콩으로 바꿨다. 국내 캐시서버 접속이 막힌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인터넷 사용자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방통위에서 이에 대한 조사에 나서 이날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번 과징금에 대해 통신업계에선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등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최대 매출액 3%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캐시서버 설치는 국내 사용자 편의를 위한 결정이었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캐시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접속 경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올해 초 망사용료 협상을 시작했지만 양측이 제시한 가격 차이가 커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페이스북의 ‘데이터 유출’ 스캔들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도 시작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이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연계된 데이터 기업에 유권자 정보를 유출한 혐의다. 미 블룸버그는 FTC가 페이스북이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자사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11년 FTC와 고객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바뀔 경우 이용자 동의를 받도록 하는 협약을 맺었다. 페이스북이 고객 동의 절차를 어겼다면 ‘벌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FTC 조사를 통해 페이스북의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되면 위반 일수당 수천 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 방송사 CNBC에 출연한 IT 투자자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페이스북 정보 유출은 저커버그 리더십의 실패”라며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경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대신 페이스북은 회사 차원의 공식 성명을 냈다. 페이스북은 성명서에서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수집된 사용자 정보는 해당 앱의 운영 및 서비스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플랫폼 약관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기헌·조진형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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