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비대위' 속속 결성..힘 모으는 대학생들

이재덕 기자 2018. 3. 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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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학교는 성폭력 교수 철저히 조사하라”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21일 학교 정문 앞에서 제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학 교수의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대학가에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가 이어지면서 대학마다 재학생·졸업생으로 구성된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투 제보’ 창구를 만드는 한편,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직접 학교 측에 요구하는 등 성폭력이 구조화된 대학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며 스스로 적극 나서고 있다. 학생회 등 기존 학생자치기구도 동참하면서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화여대 조소전공 성폭력 비상대책위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ㄱ교수는 개인 작업실, 서울의 모 술집 등에서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며 “ㄱ교수 성폭력 피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지난 19일 한 졸업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ㄱ교수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직후 82~03학번 졸업생 29명이 모여 만들어졌다. 이후 이 대학 총학생회와 조형예술대학 학생회 등 재학생들이 동참했다.

이찬경 조소전공과 대표는 “학과 내 암암리에 퍼져 있던 (ㄱ교수의 성폭력) 소문들, 선배들이 스쳐 지나가듯 말해준 이야기들, 그 모든 것이 조소과 내 모두를 숨죽이게 했다”며 “그 죽은 숨이 선배들의 참아온 고백에 의해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우리도 더 이상 입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투 추가 제보를 받고 외부에 알리는 등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20일 추가 제보 접수 창구를 만들자마자 ㄱ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폭로 2건이 접수됐다. 대학 측은 비대위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뒤에서야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ㄱ교수 강의는 다른 강사가 맡기로 했다.

앞서 김태훈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영화예술학과 졸업생의 ‘미투’가 나왔던 세종대도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하는 비대위가 일찌감치 꾸려졌다. 이들은 지난 13일 “너무 가슴 아픈 일들이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학교 측에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하일지 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동덕여대에서는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가 전면에 나섰다. 하 교수가 “비이성적인 고발”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총학생회는 피해 학생의 글을 추가로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문예창작과 재학생·휴학생 147명은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고 진상조사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조민기 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청주대에서도 학생들이 피해자와 재학생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대학 측도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청주대는 외부 여성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학내 성폭력 문제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세종대는 재학생을 상대로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도 성윤리위원회를 열고 하 교수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대학들의 ‘미투’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24)은 “학교 측으로부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내용을 보면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며 “학내 전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인권전담센터를 설치해 성폭력·폭언·갑질 문제 등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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