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릴 때부터 심리적 지배한 뒤 성폭력..'그루밍 성범죄' 심각

유덕기 기자 2018. 3. 21. 21:09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교사와 학생 사이같이 특수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을 설명하는 말도 있습니다. '그루밍', 동물의 털을 손질하거나 몸단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심리적인 지배 관계를 바탕으로 성폭력을 가하는, 이른바 길들이기식 성범죄를 뜻하는 용어로도 쓰입니다. 성폭력 상담사례 10건 가운데 4건이나 될 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

유덕기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기자>

7년 전, 중학생 시절 선생님에게 성폭력 당했다고 폭로한 김 모 씨. 그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방과 후 수업의 '통기타 반'에서였습니다.

[김모 씨/성폭력 피해자 : 음악에 관심 많아서 기타를 배우고 싶었어요. 기타에 대한 궁금증들을 (가해 교사가) 많이 충족시켜주셨어요.]

선생님의 계속된 친절. 김 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성폭력 피해자 : 스터디 카페를 잡았으니 공부를, 개인 교습 같은 걸 해주겠다. 노래방을 (단둘이) 가자. 저도 의심하지 않았고…]

그렇게 1년이 지나서 피해자가 중 3이 되던 해, 성희롱과 추행이 시작됐고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선생님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위계뿐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심리적 지배 상태로 묶어 놔 폭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김모 씨/성폭력 피해자 : 감히 (누군가에게 성폭력을) 말할 생각조차 못하게 저를 세뇌시켰어요. 처음부터. 신 같은 선생님이 그런 행동을 저한테 했을 때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이처럼 어린 대상자와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그루밍'이라 합니다. 지난 3년 동안 한 상담기관에 접수된 성폭력 사례 78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지금은 피해자가 13살 이상이면 나중에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도 서로 사랑했다거나 합의했다며 법망을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여중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재판에서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 등을 제출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현숙/탁틴내일 상임대표 : 성폭력인지 경계가 굉장히 불분명해요. 현재 우리나라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가해자들이) 자기를 방어하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피해자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성폭력을 가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등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김흥기, 영상편집 : 유미라)   

유덕기 기자dkyu@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