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더깊은뉴스]축의금 받고 '비혼식'..결혼 안 할래요

2018. 3. 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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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26만 4천 남녀가 결혼했습니다.

1970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출산율도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1.05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런 숫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비혼'을 선언한 청년들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행과 제도는 이런 엄연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쉰 살을 앞둔 유명 방송인 박수홍 씨.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혼자사는 또래들도 적지 않습니다.

[박수홍 / 방송인]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5명 중에 이혼한 친구가 2명이나 있고 저는 혼자 살고.”

박수홍 씨는 왜 결혼을 안 하고 있을까?

[박수홍 / 방송인]
“혼자 살게 된다면 저한테 집중해서 저한테 잘해주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박건영 기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미혼'.

그러나 최근엔 '비혼', 즉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말하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혼자라서 더 행복하다는 비혼자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화장품 회사원 김슬기 씨와 매너 강사 최수희 씨.

전혀 모르는 두 사람 사이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김슬기 씨는 지난해 축의금까지 받으며 비혼식을 열었습니다.

'성혼 선언문' 대신 '비혼 선언문’을 직접 낭독했습니다.

[김슬기 / 비혼주의자]
“주변에서 늘 마주치면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제 삶이 수동적으로 결혼을 목표로 달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고 비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일 때문에 못 갔던 '유럽 비혼 여행'을 올해는 반드시 떠날 계획입니다.

회사는 비혼 선언을 한 김 씨에게 육아 수당 대신 반려동물 양육 수당을 주는 등 기혼자들 못지않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수희 씨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축가까지 들으며, 비혼식을 했습니다.

[최수희 / 비혼주의자]
"루저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싫었고요. 나한테 투자하는 게 가장 현명한 판단인 것 같다는 선택을 저는 한 거예요.“

최 씨는 부양가족에 투자할 시간을 일에 투자하는 '커리어 우먼 인생'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최 씨의 '비혼 라이프'를 적극 응원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 요즘 시대에. 나는 딸한테도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해요. 얻는 것보다 여자들은 잃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솔직히. (동감)"

[현장음]
“대표적인 게 명절? 끔찍한 김장? 어른들은 김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고춧가루 사 오고. (이걸 편하게 할 수 있는데 굳이 그걸 내 손으로 직접 하셔야 한다는…)“

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36%,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생기는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 경력 단절 등을 걱정하는 겁니다.

함께 살지만 혼인 신고는 하지 않는 '프랑스형 동거족'들도 늘고 있습니다.

일단 동거해본 뒤, 결혼 여부를 결정한다는 이른바 '결혼 인턴제'도 등장했습니다.

47살 하모 씨도 연하의 남자 친구와 '결혼 인턴제’를 시작했습니다.

[하모 씨(47)]
“ 계속 같이 살면 좋겠지만 다른 충돌이 있었을 경우에 서류적인 부분에 절차를 밟아서 (이혼)해야 한다는 그런 부담감도 있었고."

하지만 이런 동거 커플에겐 사회적 편견과 법적인 장벽이 적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하모 씨(47)]
"아이가 태어났을 때 동거적인 부분에서 어디에 이름을 올려야 하지?’ 이런 과제가 있겠죠. 가족 수당은 사실혼 관계가 10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두더라고요. 그런 기준은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행법에 따르면, 이런 동거 커플이 낳은 아이는 부모 중 한 명의 호적에 '혼외 출생자'로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혼부부용 주택담보 대출은 엄두도 낼 수 없고, 의료 보험 혜택도 제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1999년부터 동거 커플에게도 법적인 부부와 동등한 각종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려했던 출산율 저하 대신 출산율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우리 사회도 결혼에 대한 고정 관념을 변화하는 세태에 따라 바꿀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변수정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비혼·동거 가족이 우리 사회의 가족 유형 중 하나로 자리 잡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서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논의해야 합니다“

인구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도 '비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김남준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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