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착취재] 방화문 안 닫히고.. 비상벨은 잘 안 들리고.. 실전처럼?

권구성 2018. 3. 2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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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병원 내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자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날 고려대안암병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제406차 민방위의 날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등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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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대피방송 10분간 끊기고/ 고층빌딩 직원들 계단서 잡담/ 잇단 대형화재로 4년 만에 실시/"실전처럼.." 만반의 준비했지만/ 지휘통제 허술·시민 참여 형식적

“불이야, 불!”

21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병원 내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자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곧바로 환자로 분장한 훈련 참가자들을 대피시켰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고려대안암병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제406차 민방위의 날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이후 4년 만이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등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재난상황에 대한 지휘통제와 시민참여는 다분히 형식적인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고려대안암병원 훈련은 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다만 곳곳에서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병원 65병동에서는 화재 시 닫혀야 하는 방화문이 소방호스에 걸려 완전히 닫히지 못했다. 세종병원 화재 당시 방화문이 없어 질식해 숨진 환자들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아찔한 장면이다. 또 대피방송이 2시5분부터 10여분간 나오지 않아 직원들마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세종병원과 세브란스병원 화재를 보면서 염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훈련을 통해 미비한 부분을 점검, 보완해 실제 화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도 화재대피훈련을 했다. 높이 555, 123층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는 고층부에 위치한 입주 직원과 전망대 관람객 등을 지상으로 대피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22∼123층에 위치한 대피객들은 22·40·60·83·102층 5곳의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하고, 21층 이하의 대피객들은 계단을 통해 지상에 내려가야 한다. 22층 이상의 피난객은 안전구역에 도착하면 안내요원 통제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이동하게 돼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긴급상황에서도 작동하는 특수 엘리베이터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한 훈련은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서 그런지 차분하게 이뤄졌다. 다만 지휘통제와 관계자들의 참여는 요식행위에 그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화재상황을 알리는 비상벨은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고 대피하는 직원과 관람객도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33층에 입주한 기업의 일부 직원은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하지 않고 계단에서 잡담하기도 했다. 실제 화재 시 대피로를 알려주는 안내요원이 없다면 안전구역 위치와 대피로를 파악하기 어려워 보였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타워에 입주한 기업들은 훈련 참여를 강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훈련을 앞두고 긴급상황에 대한 대피방법을 안내하고 훈련 참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민방위 훈련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이 참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이창수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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