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한국서 과징금 제재를 받았나

박수형 기자 입력 2018. 3. 21. 19:37 수정 2018. 3. 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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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통신사업자 인정해 정액과징금 부과..페북 소명은 반려

(지디넷코리아=박수형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페이스북에 21일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해외 사업자의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제재로는 첫 사례다.

과징금 액수는 3억9천600만원이다. 글로벌 기준 월 접속자 수 21억3천만 명, 국내에서만 일 접속자 수가 1천200만에 달하는 글로벌 1위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때문에 자칫 같은 법으로 제재를 받는 국내 통신사의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반대로 전 세계 시장에서 접속경로 변경 등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이용자 이익 침해와 관련한 글로벌 첫 제재인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강력 제재라는 의견도 나온다.

■ 구글도 과징금 대상이 될까

방통위가 과징금 제재를 내린 법적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할 수 있을 경우 산출액의 3% 이하 범위에서 과징금을 매기고 매출 산정이 불가능할 경우 정액 과징금 계산법을 따른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정액과징금은 10억원 이하에서 가능하다. 페이스북이 법을 어긴 부분은 조사 기간 중 스스로 위반 행위를 중지해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의 ‘중대한 위반 행위’로 분류됐다.

관련 매출 산정이 불가능하더라도 정액과징금으로 페이스북 외에 해외 사업자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는 있다.

다만,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페이스북처럼 규제 당국의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페이스북도 이번 조사의 대부분 소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조사 기간 중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조사에 성실히 응했기 때문에 기준 과징금 4억원에서 10% 추가가 됐지만 다시 10%가 감경돼 3억9천600만원으로 결정됐다.

■ 국내서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안했지만

이날 페이스북 상대의 과징금 제재의 최대 쟁점은 페이스북이 가진 국내 사업자 지위다.

우선 방통위가 과징금 제재를 내린 정확한 법인은 페이스북 본사나 한국 지사가 아니라 조세 회피국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다.

페이스북은 국내 법체계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스스로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라고만 소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제재를 하려면 기간통신사업자, 별정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와 같은 분류에 속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페이스북은 국내서 부가통신업을 하겠다고 신고한 적은 없다.

다만 국경이 없는 인터넷 서비스의 특징과 함께 페이스북은 이미 한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특히 아일랜드 법인이 지정학적으로 속한 EU와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방통위는 지목했다.

또 페이스북 역시 국내 규제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현지 규제를 따르겠다는 점은 밝혔다. 때문에 국내서 제재까지 나올 수 있게 됐다.

■ 페이스북 소명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페이스북은 접속경로를 국내 통신사가 아닌 국제 구간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하면서 이용자들이 기존 서비스에 접속하는데 불편을 끼쳤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특정 통신사 가입자만 이용이 어려워진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를 두고 방통위의 사실조사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CP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 책임을 질 수 없다 ▲응답속도가 느려져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 이용약관에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등의 소명을 늘어놨다.

즉, 과징금 제재를 받을 정도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사무국은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CP라고 하더라도 접속경로를 직접 변경한 주체로서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접속경로 변경만으로 단순 CP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가 있고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 접속 응답속도도 현저히 느려져 국내 통신사 고객센터에 민원이 급증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용약관의 경우 더욱 논란이 크다. 페이스북 약관에는 “언제나 방해, 지연, 결함 없이 기능할 것이라 보장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담겼다.

방통위는 이를 두고 사업자 스스로 무조건적인 면책 조항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히려 부당한 약관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고칠 수는 없지만 시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 방통위 제재로 망사용료 협상 풀릴까

결국 페이스북이 국내서 제재를 받게 된 시작점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ISP)와 협상 우위를 갖기 위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통위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 페이스북은 접속경로를 이전처럼 회복시켰지만 기존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규제당국의 제재로 망사용료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이와는 별개 사항이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사업자 간 망 대가 협상은 정부가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이 다른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달리 국내 정부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례적으로 조세 의무 계획까지 밝힌 회사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준에 따른 망 대가 협상을 마치고, 향후 국내 법을 위반하는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는 재발키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국내에서 내린 방통위의 제재가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참고사항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행정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망 사용료 협상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 경우에는 국내 일각의 기대와는 반대 노선에 설 수도 있다는 점을 뜻한다.

박수형 기자(psoo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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