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르코지, 카다피로부터 660억 받아"..장관까지 수사 확대

김성탁 2018. 3. 21. 1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7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48시간 구금 조사중
사르코지에 전달한 측근 내무장관은 대선 후 비서실장
카다피 아들도 "돈 돌려달라. 증거 갖고 있다" 폭로
2007년 12월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를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07~2012년 집권했던 니콜라 사르코지(63) 전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르코지뿐 아니라 전직 장관 등 그의 측근들도 부패 혐의로 고강도 수사를 받게 되면서 프랑스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근교의 낭테르 경찰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돈세탁, 탈세 등의 혐의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구금하고 심문 중이다.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직전 카다피(2011년 사망)로부터 최대 5000만 유로(66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다. 당시 법정 선거비용 2100만 유로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프랑스 사정 당국은 2013년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사르코지 측이 카다피로부터 거액을 건네받았다는 리비아 정보국장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확보해 보도하자 내사를 시작했다. 이후 사르코지 등을 상대로 실제 수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당시 자금 전달책으로 알려진 프랑스계 레바논인 사업가 지아드 타키딘은 150만~200만 유로가량을 현금으로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직접 파리로 배달했다고 해당 매체에 털어놨다. 이 자금은 카다피의 오른팔이었던 리비아 정보국장 압달레 세누시가 조달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타키딘은 2016년 프랑스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불법자금을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전달했다고 실토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이 돈은 클로드 게앙 당시 내무장관을 통해 대선 후보였던 사르코지에게 전달된 것으로 프랑스 경찰은 보고 있다. 게앙은 불법 자금의 일부를 유용해 파리에 아파트를 산 것으로 조사됐다. 게앙은 2007년 사르코지 캠프의 총책임자를 지낸 뒤 사르코지의 대선 승리 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검찰은 50만 유로(6억6000만원 상당)의 외화가 게앙의 계좌로 입금된 것을 발견했으며, 2008년 자신의 남프랑스 별장을 리비아의 한 투자회사에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매각한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48시간 구금 조사 중이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당국은 사르코지를 48시간 구금하기로 하고 조사 중인데, 증거와 증언이 충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 48시간이 지나면 수사판사가 구금 연장이나 구속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2011년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유로 뉴스에 “사르코지는 리비아로부터 선거 자금을 위해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 우리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혐의를 일체 부인해왔다. 프랑스가 나중에 리비아 공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혹을 보도한 메디아파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승리 후 카다피를 파리로 초청해 무기와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엘리제 궁 환영 만찬에 사르코지의 각료 일부는 중동의 독재자를 초청한 데 반발해 참석하지 않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면서 홍보회사인 비그말리옹의 자금을 몰래 쓴 혐의로 2014년 경찰에서 48시간 조사를 받았다. 검찰 기소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2012년 대선에서 사르코지는 법정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2250만 유로(300억원 상당)를 썼는데, 이 재판만으로도 징역 1년형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또 다른 정치자금 사건인 ‘베탕쿠르 사건’과 관련해 “집권하면 고위직을 주겠다”며 판사를 매수하려 하는 등의 사법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피의자 신세가 됐다.

그가 속한 공화당은 겉으로는 사르코지를 옹호하면서도 매머드급 부패 스캔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7년 7월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 트리폴리를 방문해 카다피와 함게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찰은 전직 장관인 브리스 호르드페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는 등 타깃을 확대 중이어서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사르코지는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에서 주요 계파를 이끌고 있으며, 이들이 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