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삼성 비판 기사 밀어내기, 기술적으로 못 막는다"

강성원 기자 2018. 3. 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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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에 100만원, 기업 뉴스 검색 조작 횡행하는데도… 포털 “형식적 ‘비정상’ 아닌 홍보성 내용까진 판별 못해”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포털에 부정적인 기사가 올라왔을 때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자료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1~2시간 내 게재해 부정적인 기사를 보이지 않게 해 드립니다. 야간 및 공휴일에도 가능합니다.”

지난달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홍보마케팅대행사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 업체에 따르면 1건의 부정 기사는 5~10개의 우호적인 기사를 게재해 포털 검색에서 밀어낼 수 있다. 비용은 13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다. [관련기사 : 100만 원이면 비판기사를 네이버에서 숨길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뉴스 검색 결과에서 유사한 기사를 ‘묶음’ 형태로 보여주는 ‘클러스터링’(clustering)도 최소 250만 원이면 무력화할 수 있다. 5~10개의 클러스터링 된 기사 세트(10~20개)를 게재해 포털 검색해서 90%는 밀어낼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최근엔 삼성그룹 식자재 유통 및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가 노동자들을 사찰한 정황을 보도한 한겨레21 기사가 지난 7일 포털에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삼성웰스토리 ‘손 씻기’ 기사에 밀려났다. 이는 삼성웰스토리가 올해 채용 면접에 ‘손 씻기’ 심사를 도입한다는 보도자료 내용으로, 한겨레21 기사를 밀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관련기사 : 삼성웰스토리 비판기사, ‘손씻기’로 밀어내기?]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홍보마케팅대행사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
기업의 이 같은 포털에서 부정기사 밀어내기 행태는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을 보지 못하게 홍보성 기사로 쉽게 덮어버릴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현실적으로 어떤 기사가 홍보성인지 판별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며 기업의 ‘검색 결과 조작’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신경민·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포털·SNS 정책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유봉석 네이버 전무이사는 “형식적인 걸 떠나서 내용적 측면에서 진위나 중요도 여부를 우리가 판단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유 전무는 삼성 등 기업의 공공연한 비판 기사 밀어내기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현재 네이버는 뉴스 영역을 검색 결과에서 따로 모아 보여주고 있는데 거기엔 등록된 매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면서 “어떤 기사는 정상적인 기사이고, 어떤 기사는 홍보성인지 판별할 수 있는 근거가 솔직히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포털 업체는 뉴스 검색을 등록 매체에 한정하고 있고 해외 사업자에 비하면 등록 매체에 대한 제약도 강한 편인데 어뷰징(abusing·동일기사 반복전송) 등 형식적인 ‘비정상’ 행위를 넘어서는 물량 공세까진 막아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뉴스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 ‘클러스터링 기사송고’가 어뷰징으로도 악용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어 향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도 이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 ⓒ 연합뉴스
한편 유 전무는 지난달 네이버가 민주당 측에서 제기한 매크로(macro) 프로그램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의뢰한 건에 대해서도 “우리가 제출한 내용 중 의심 가는 내용에 대해 경찰이 상당 부분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여러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 민주당 가짜뉴스 고소·네이버 댓글조작 국민청원 효과는?]

유 전무는 “우리가 수사를 의뢰한 배경은 결국 매크로를 돌렸으면 돌린 PC나 디바이스에 매크로가 깔렸는지, 그런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범죄가 성립해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우린 관련 로그값이나 해당 기사에 대한 공감·비공감 등 댓글에 달린 모든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측의 수사의뢰에 앞서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민주당은 △새벽 시간대 매크로 사용으로 의심되는 기계적인 ‘좋아요’ 및 ‘나빠요’ 발생 △네이버 아이디 구매 사이트, 댓글 조작 사이트 발견 △몇몇 특정 기사에만 과도하게 댓글이 몰려있는 점 △온라인상에서 누리꾼이 제보한 의심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댓글 조작을 위한 매크로 사용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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