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페북 쇼크.. 정치공작·여론조작 민낯 드러났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8. 3. 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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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인적 정보로 '데이터 스캔들'.. 주가 폭락, 다른 IT株도 흔들]
보안 책임자 "문제 있다" 주장.. 저커버그 "미쳤느냐" 일축
임원들도 "작은 기술적 실수일뿐"
이번 스캔들에도 사과 않고 침묵
분노한 이용자들 탈퇴운동 나서
각국 규제 강화 움직임도 활발

페이스북이 5000만여명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된 파문으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9조원이나 날아갔다. 이용자들의 개인 성향 정보가 2016년 미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 정치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유출돼 '정치 심리전' 자료로 활용된 사실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막대한 이용자 정보로 구축한 빅데이터가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에 악용될 수도 있는 '소셜미디어 디스토피아(Dystopia·암울한 미래)'의 어두운 면모도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19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6.8% 폭락, 하루 만에 시가총액 364억달러(약 39조원)가 날아갔다. 인터넷 정보 기반 대기업들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각국의 규제 강화 전망 속에 아마존·넷플릭스·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또 페이스북의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SO) 알렉스 스테이모스가 회사 수뇌부와 갈등 끝에 사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CNN 등은 이날 "페이스북이 10여년 전부터 기업·기관들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과 '맞춤 광고' 형태로 이용자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광고 수익으로 연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20억 명의 세계 이용자에 대한 보안·보호 대책은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성격 검사' 미끼로 '대선 여론 조작'

2014년 CA는 페이스북에 '성격 검사 앱'을 뿌리고, 이를 내려받은 이용자들의 성별·거주지·직업부터 '친구 목록'과 '좋아요(like)'를 누른 콘텐츠까지 추적·분석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이용자의 내·외향성, 정치·종교 성향, 성적 취향, 부모 이혼 여부 등 과거사까지 망라했다. CA는 이를 활용해 "동그란 감자튀김을 좋아하면 지적 수준이 높다" "할리 데이비슨을 좋아하면 지능이 낮다"라는 등 무수한 '성향 분석'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언뜻 그 상관관계가 의심스러운 이 카테고리들은 수백만~수천만 명에게서 뽑아낸 빅데이터 분석을 거친 것이어서 상당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CA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공약을 수립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할 개인별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맞춤형 정보 주입이 여론 조작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최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표한 '소셜미디어에선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전파된다'는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돈벌이'와 '이용자 보호' 두고 내분

CA의 '성격 검사'에 동의한 사용자는 27만 명이었지만, CA는 페이스북에 등록된 이들의 친구 등 5000만 명의 정보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었다. 앱 사업자들이 대가를 많이 지불할수록 무제한 정보 접근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페이스북의 '사업자 친화' 정책 덕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 내에서도 이런 방침에 논란이 많았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정보 보안을 책임진 스테이모스도 러시아가 페이스북 가짜 계정을 활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을 때부터 "우리 보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미쳤느냐"며 일축했고, 다른 임원들도 "구글·트위터도 다 그렇게 하지 않느냐" "작은 기술적 실수일 뿐"이라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스캔들에도 저커버그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나타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페이스북 탈퇴' 폭풍… 각국 규제 강화

연이은 보안 사고와 페이스북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노한 미국·유럽 이용자들은 온라인상에서 '#DeleteFacebook'을 공유하며 '페이스북 탈퇴·비활성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 상원의원들은 19일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 막대한 개인 정보를 모아 판매하는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없으면, 개인 사생활뿐만 아니라 민주 선거의 신뢰성도 훼손할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를 시사했다.

페이스북은 '수평적 관계 맺기'와 '평등한 정보 공유'를 내세우면서 각국 민주화에도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버드대 중퇴자 출신 창립자인 저커버그는 막대한 수익금 기부와 진보적 메시지 등으로 대선 출마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수익 확대와 이미지 홍보에 급급하다 '돈벌이를 위한 가짜 뉴스의 온상'이란 오명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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