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의 사과.. 박종철열사 부친 찾은 문무일 총장 "늦게 와 죄송"

입력 2018. 3. 21.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 말씀을 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먹먹합니다."

문 총장의 이날 사과는 영화 '1987' 개봉 이후 박종철 열사의 형 종부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고문치사 축소 은폐 조작에 깊이 관여한 검찰이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직 검찰총장 첫 과거사 피해자 위로

[동아일보]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 말씀을 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먹먹합니다.”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2시경 부산 수영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90)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문 총장은 병상 옆에서 백발의 박 씨와 눈을 맞추며 “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켜드려서 죄송하다. (검사) 후배들이 잘 가꾸어서 제대로 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는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 (괜찮다)”면서도 “(검찰의 사과가)오늘보다 어제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힘겹게 답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이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문 총장은 이날 현직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으로 과거사와 관련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1987년 서울대 학생 박종철 씨가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후 사건을 축소 은폐한 데 일조한 검찰의 과오를 반성하는 31년 만의 뒤늦은 사죄였다. 이날 만남에는 박종철 열사의 형과 누나 등 유가족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20분간의 짧은 만남을 마친 문 총장은 취재진을 따로 만나 검찰의 과거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공식 사과했다. 문 총장은 “오늘 저희는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형사·사법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서 민주주의 구현에 필요한 시대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종철 열사 가족들도 문 총장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화해의 뜻을 밝혔다. 박종철 열사의 형 종부 씨는 “(과거사위는) 검찰과 국가가 가족과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면서 “오늘 검찰의 이 같은 조처는 권고 사항을 수용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이날 사과는 영화 ‘1987’ 개봉 이후 박종철 열사의 형 종부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고문치사 축소 은폐 조작에 깊이 관여한 검찰이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 총장은 이 보고서를 읽어보고 검찰의 사후 조치가 소홀했다고 판단해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박 씨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박 열사의 친구이자 사법연수원 부원장인 김기동 검사장(54·21기)이 양측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문 총장은 “종부 씨가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용기 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의 이번 일정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두고 경찰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당시 경찰 수뇌부의 축소 은폐 시도를 검찰이 밝혀내 외부로 알린 사실도 있는 만큼 검사의 사법통제 정당성을 은연중에 나타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 총장은 비공식적으로 지난달 3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23기)과 함께 병원을 찾아 박 씨를 병문안했다.

부산=김윤수 ys@donga.com·강성명 기자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핫한 경제 이슈와 재테크 방법 총집결(클릭!)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