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워너원 방송사고의 '부메랑'
방송이 시작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들이 나눈 대화는 인기 아이돌로서 사는 애환으로 시작됐다. 박지훈이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한가”란 화두를 던지자 강다니엘은 “우리는 왜 정산을 받지 못하는가”라고 받아쳤다. “왜 20%만 받는가” “왜 이렇게 스케줄이 빡빡한가” “왜 잠을 잘 수 없는가” 등 푸념이 이어졌다. 라이관린은 숙소 앞에서 죽치고 있는 사생팬의 차량과 번호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은 점이다. “(방송 전에)미리 욕해야겠다”며 육두문자를 쏟아내는가 하면 성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비속어까지 썼다. 스태프를 가리켜 “태국 현장에 나와 있다. 현지인을 만나보겠다”며 외모 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단 2분 만에 팬과 기획사,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쏟아낸 셈이다. 카메라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민낯 언행에 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부적절한 콘텐트가 최소한의 여과장치 없이 전달되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최근 온라인에는 네이버 V라이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방송이 많아지며 이같은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엠넷닷컴은 “15일 서비스 시작 후 첫 게스트여서 준비가 부족했다”고 했다.
뿌린 대로 거두기 마련이다. 워너원은 지난해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돼 올해 말까지 활동하는 그룹이다. 리얼리티 영상을 비롯해 그동안 공개된 진솔한 모습이 고스란히 팬들의 사랑을 받아 큰 인기를 끌게 됐다. 한마디 말과 행동의 무게가 이번 신곡 제목처럼 뜻하지 않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번 일로 아이돌의 처우에 대한 부적절한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면 뜻밖의 수확이 될 것이다.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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