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AIST 환갑 맞는 2031년엔 세계 10위권 대학 도약"

최준호.문희철 입력 2018.03.21. 00:51 수정 2018.03.2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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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총장 '비전 2031 선포식'
국내외 석학 400여 명 참석
현재 세계 41위, 혁신 평가선 6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장담 못해"
외국인 학생 비율 30%까지 확대
'이중언어' 글로벌 캠퍼스 구상도
‘KAIST 2031 비전 선포식’이 20일 대전 구성동 KAIST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신성철 KAIST 총장(앞줄 오른쪽 8번째)과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앞줄 오른쪽 6번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앞줄 오른쪽 4번째) 등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기업 1456개, 고용 창출 3만2000명, 연간 매출 13조6000억원.’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인 KAIST의 동문이 만들어 낸 경제적 성과(2015년 기준)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롤 모델인 미국 스탠퍼드대(기업 4만 개, 고용 560만 명, 매출 2조7000억 달러)와 비교하며 이 수치를 자주 언급한다. 물론 스탠퍼드대와 차이는 크다. 하지만 따라잡을 준비는 돼 있다. 그 출발점이 20일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내 정근모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KAIST 비전 2031 선포식’이다.

비전의 핵심은 ‘글로벌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 10위권 선도대학’이다. KAIST는 이 비전을 목표로 교육·연구·기술사업화·국제화·미래전략 등 5대 혁신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비전 2031’의 2031은 1971년 개교한 KAIST가 60주년을 맞는 해를 뜻한다. 2031년에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맞을 KAIST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KAIST의 현재 성적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영국 QS의 2017 세계대학 평가에서 41위, 2017년 개교 50년 미만 세계대학 평가에서 각각 3위를 차지했다. 특히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평가에서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세계 6위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KAIST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신 총장의 판단이다. 홍콩과학기술대가 1991년 개교 당시 한국 KAIST를 롤 모델로 삼았으나 이제는 KAIST를 추월해 아시아 1~2위에 오른 데서 위기를 체감했다.

신 총장은 “KAIST는 지난 50년간 실패와 난관을 딛고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대학 수준의 반열에 올랐다”며 “이제 논문 수 등 과거에 지향해 온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 총장자문위원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축사에서 “과학기술이 변화를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온 명성조차 한순간에 사라질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KAIST가 국내에서 제일 잘하는 대학이 아니라, 스탠퍼드·MIT 등 세계적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나라 대학은 물론, 개발도상국 대학들이 벤치마킹하는 롤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AIST가 이날 발표한 비전과 전략은 최근 출간한 『2031 카이스트 미래보고서』(김영사)에 자세히 담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육성하기 위해 그간 과학고·영재고에 치우쳤던 학생 선발 비중을 낮추고 일반고를 확대하는 방안,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학부 4년간 기존의 특정 학과에 소속되지 않는 융합기초학부 신설, 강의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로 대체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발표를 하게 하는 에듀케이션 4.0 등 기존의 틀을 깨는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캠퍼스 어디에서든 영어가 통하는 이중언어를 정착하고 외국인 학생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들어 있다.

KAIST 비전 2031 위원장을 맡은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무크(MOOC)와 같은 사이버 교육이 일반화되는 미래에는 교육 외에 연구와 기술 사업화에 치중하는 대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미래에는 변화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대학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KAIST 설립 토대를 닦은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과 홍석현 회장, 이상민 국회의원, 서남표 전 KAIST 총장, 198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클라우스 폰 클리칭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교수 등 국내외 4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전=최준호·문희철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