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릴리안 생리대' 제조사, 안전성 문제제기한 시민단체에 손배소

최미랑·송윤경 기자 2018. 3. 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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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생리불순 등 부작용 제보가 속출한 생리대 ‘릴리안’의 판매를 중지하고 환불을 실시했던 제조사 ‘깨끗한나라’가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에 3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생리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는 이달부터 시작돼 위해성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인체 안전을 신경쓰기보다는 시민들 관심이 줄어든 틈을 타 소비자와 시민단체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소장을 보면 깨끗한나라는 지난달 22일 여성환경연대와 이 단체 대표·사무처장에게 “명예와 신용이 훼손돼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액은 일단 3억원으로 명시했지만 “손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소송가액을 늘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를 받아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활동을 한 탓에 “다수 언론매체에 원고 제품이 생리불순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허위사실이 보도되고 원고 제품에 대한 공포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중에 판매되는 월경용품 중 원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서만 생리불순 등이 나타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식약처가 지난해 9월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 제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재 국민들이 사용하는 생리대는 안전성 측면에서 위해 문제가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결론내린 부분도 근거로 들었다.

릴리안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6년이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이 제품을 쓰고 생리 양이 줄어드는 등 생리불순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지난해 7월 말 깨끗한나라는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릴리안 성분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실험에 릴리안 제품이 포함돼 있었고 다른 제품보다 검출량이 높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생리대에 대해 일부 생산·판매를 중지하고 환불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소비자 5000여명은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집단 손배소를 제기하기 이르렀고 현재 청구액수는 약 145억원에 이른다.

기업 측이 맞소송을 시작하면서 생리대 안전성 이슈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급한 발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식약처는 생리대에 함유된 화학물질 가운데 TVOC만 조사한 뒤 “인체위해성 우려 없다”고 발표했다.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TVOC 방출량만 전수조사한 뒤 섣불리 결론을 내려버린 것이다. 안전성보다는 여론 잠재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식약처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생리대 제조사들은 “의혹이 해소됐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당시 식약처 역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고, 환경부가 나서서 생리대와 부작용의 인과성을 살펴보는 건강영향조사에 들어갔다.

깨끗한나라는 이번 소장에서 김 교수 연구의 과학적 신뢰도가 “식약처 전수조사보다 현저히 낮다”면서 여성환경연대가 이 시험 결과를 토론회에서 일부 발표한 것도 “허위사실 유포”에 포함시켰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시험 대상 제품명과 제조업체는 공개하지 않고, 다만 전체 제품에서 독성 우려가 있는 물질이 나왔다고 밝혔었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이미 김만구 교수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소비자들의 문제제기를 막기 위한 소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과 공익법재단 공감, 녹색법률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법률대리인단의 최재홍 변호사는 “아직 환경부 건강영향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제조업체가 제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문제제기를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더 안전한 방법을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와 협업해야 하는데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최미랑·송윤경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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