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순이익 12년만에 최악..업계 '울상'(종합)

박종오 입력 2018. 3. 20. 16:53 수정 2018. 3. 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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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카드사 순이익 1조2268억..전년비 32.3% 감소
카드 수수료 인하, 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파
올해 실적 개선 전망도 '글쎄'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삼성카드 본사 앞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유현욱 기자] 국내 카드사가 울상이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내수 탓에 소비자의 카드 이용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업체 간 경쟁과 정부 규제는 심해지는 추세여서다. 지난해 국내 전업 카드사 순이익이 12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실적 개선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카드사 순익 전년비 32%↓…12년만에 최소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8개 전업 카드사 순이익(감독 규정 기준)은 1조2268억원으로 2016년보다 32.3%(5864억원)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05년(3000억원) 이후 12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전업 카드사 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별로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사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비씨카드도 일시적으로 발생한 마스터카드 보유 지분 처분 이익(408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익이 뒷걸음질했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 2003년 롯데백화점 카드 사업부 분할 합병 때 반영한 영업권 잔여분 318억원을 모두 비용으로 떨구면서 8개 전업사 중 유일하게 12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익이 곤두박질한 데는 금융 당국 정책 영향이 컸다. 작년 정부의 영세·중소 가맹점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확대, 재무 건전성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이익이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금감원은 작년 6월부터 카드사 고위험 대출을 대손 충당금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건전성 기준을 강화했다. 작년 7월부터는 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도 종전보다 확대됐다. 이런 마당에 카드사 간 경쟁까지 심화하며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최근까지 정부가 벌써 9차례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다”며 “최근 업계 손익 감소 폭만 봐도 업계 상황이 벼랑 끝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엔 카드 이용 실적도 증가세가 지지부진하다. 국내 전업 카드사 및 카드를 취급하는 겸영 은행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발급 매수는 작년 말 현재 2억981만 매로 1년 전(2억412만 매)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한 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액(788조10000억원)도 전년 대비 5.6% 소폭 증가했다. 증가율이 2016년(12%)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다만 정용걸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 팀장은 “기업 간 물품 거래 대금 계산 등에 사용하는 기업 구매 전용 카드 이용액과 국세 카드 납부액을 제외하면 작년 카드 이용액은 9.7% 늘어났다”고 했다. 현금 서비스, 카드론 등 카드 대출의 경우 이용액 증가율이 1% 내외로 아예 답보 상태였다.

◇올해 이익 전망도 ‘먹구름’

자료=금융감독원


문제는 올해도 이익 개선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법정 최고 금리까지 인하하면서 카드 매출 등 신용 판매 수익뿐 아니라 현금 서비스나 카드론 등 금융 사업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총자산 대비 가계대출 규모를 30% 이내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카드사가 고금리 가계 대출을 줄이고 서민을 위한 중금리 대출 취급 등을 늘리라는 취지다.

물론 금융당국도 업계 불만을 모르진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 요구가 거센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를 내려서 가맹점 불만을 잠재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용카드 업계는 업계대로 불만이고 그렇다고 가맹점이 행복한 것도 아닌 그런 상황이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 팀장은 “카드사가 과도한 마케팅 등 제살깎기식 경쟁을 자제하고 부수 업무 활성화 등을 통해 수익원을 확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빅데이터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보이지 않은 그림자 규제가 적지 않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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