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北 대화에 빠진 中..'차이나 패싱' vs '역할론'

김남희 기자 2018. 3. 20.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역할에 대해 중국 안팎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북한이 회담 협의를 위한 실무 접촉에 나선 가운데, 중국은 직접 참여에서 빠진 모양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관측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비핵화 논의가 중국을 배제한 채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의 안키트 판다 선임 에디터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지며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제한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이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하며 미국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에 동참하긴 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주요 결정에는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 대외 무역의 90%를 차지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외교 관련성이 점점 작아지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삼키기 힘든) 쓴 약”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북아 지역을 주도하길 원해도 앞으로 몇 개월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무능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두 번째 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3월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블룸버그

한반도 전문가인 수 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은 서로를 무시해 왔는데, 김정은은 중국이 이번 협상에 참여하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고 중국을 제쳐두길 바라는 것 같다”고 평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보좌관을 지낸 테리 연구원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우선순위와 근본 이익은 변하지 않았고 중국은 북한이 계속 완충지 역할을 하길 바라지만 북한과 중국 관계에는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김정은은 다른 사람의 아우가 되는 것엔 관심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직접 접촉해 자신의 힘으로 주요 참여자로 보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덴마크 전 부차관보는 현재 중국의 심정은 복잡할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그는 “중국은 북한 핵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로 두 나라가 직접 접촉해 풀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태 지역의 중대 안보 문제가 중국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결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정의용(왼쪽 앞)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왼손에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청와대 제공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중국의 주변화를 경계하며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견제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 폐막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의 신호를 환영하고 계속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앞서 1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과 북한의 우호 관계는 한·미·일의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과 북한 사이에 갈등은 핵 문제뿐이고 다른 문제들은 한·미·일이 이간질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대북 제재 동참으로 북한과 관계가 나빠진 중국이 북한에 관계 회복을 위한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0일 시론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이 중국의 도(道·방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