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열풍 불어도 조선일보에선 입도 못 열어"

김도연 기자 입력 2018. 3. 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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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내부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은 지난 12일 노보를 통해 최근 미투 폭로를 고심하는 조합원 A씨의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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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조에 ‘미투’ 관련 메일 들어와… “여자 기자 다수가 고통 겪고 있어”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 내부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은 지난 12일 노보를 통해 최근 미투 폭로를 고심하는 조합원 A씨의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미투가 없다고 가해자들이 발 뻗고 자는 게 싫다”며 “피해자가 인내하고 살아서이지 사내 성추행·성희롱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 좋아지라고 제보하는 거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며 “노조를 통해 익명으로 알리는 것에 반감을 갖기보다 조직을 변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 용기에 또 다른 조선일보 구성원인 B씨가 노조에 메일을 전해왔다. 노조가 지난 19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B씨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녀(A씨)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라며 “노보 보도 후 아무런 반응도 없는 회사 분위기에 더더욱 상처 받았을 것이다. 미투 폭로가 쏟아지는 와중에 회사 내에서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저 역시 요즘은 매일 밤 잠들기 전 그 악몽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B씨는 “저는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가해자들, 2차 피해를 입힌 동료들은 평온하게 회사를 다니는 모습에 요즘 매우 외롭다”며 “사석에서 미투 가해자를 은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조합원들에 가슴이 또 한 번 무너진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B씨는 “무엇보다 제가 그 일들을 공론화하지 못했던 이유는 사내에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로 고통받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다. 한 마디로 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신뢰가 없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B씨는 “차라리 미투 폭로가 있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일 것”이라며 “우리는 미투 열풍이 불어도 입도 못 여는 분위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무엇보다 피해를 당해도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게 큰 문제”라며 “성희롱 예방 교육 때 총무국장에게 얘기하면 된다고 교육받지만, 피해자로선 남성 총무국장에게 얘기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말했다.

B씨는 “비전문 상담 인력이 2차 피해를 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늘 여자 부장, 차장 몇 명이 나서서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역시 선진적이라고 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B씨는 “노조에서 늦었지만 미투 이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일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자 기자 다수가 현재 고통 받고 있는 문제임을 취재해주시고 또 대안을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12일 노보에서 “피해자들이 폭로냐 인내냐 사이에서 고심하는 이유는 그동안 문제가 불거져도 피해자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됐기 때문”이라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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