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평창서 빌린 돈만 300만원..버스기사 임금 왜 안주나요"

박진호 2018. 3. 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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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버스 운행한 일부 기사 지난달 임금 못 받아 생계 곤란 호소
당초 버스 운행 4만대(누적) 예상했으나 실제론 6만대 넘어
초과한 2만대분 요금 정산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평창조직위 "예산은 확보. 이른 시일 안에 지급할 것"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횡계차고지엔 전국에서 온 대형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박진호 기자
“평창 와서 빌린 돈만 300만원입니다. 일한 돈이 안 들어오는데 기사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합니까.” 평창 겨울패럴림픽 폐막일인 지난 18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횡계차고지에서 만난 김모(57)씨는 올림픽이 열린 지난 2월 한 달간 일한 임금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는데 300만원 남짓한 임금을 안 주니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생활비로 쓰고 있다”며 “회사에 어려운 사정을 얘기했지만, 우리도 아직 받지 못했다. 4월 중순 이후에나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1월 19일부터 평창올림픽에 투입된 서모(54)씨도 지난 2월 한달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받은 돈이라곤 1월에 열흘가량 일한 임금이 전부다. 그것마저도 지난 6일에야 받았다.

서씨는 “통상 전달에 일한 임금은 다음 달 10일 이전에 지급된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일한 임금은 언제 나오는지, 왜 늦어지는지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며 “기사들 상당수가 혹시 임금을 못 받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패럴림픽에 투입된 버스기사들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횡계차고지 주차된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전국에서 2000대가 넘는 버스가 투입됐다. 이들은 대회 기간 평창과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무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버스 기사는 “올림픽을 보러 한국을 찾은 전 세계인과 관광객들의 안전한 발이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기사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았는지 끝까지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버스 기사의 임금은 금호홀딩스(금호고속)가 지급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평창조직위)를 후원한 현대기아차가 금호고속과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회사 버스와 기사만으로 올림픽 기간 버스 운행을 할 수 없어 100곳이 넘는 전국 관광버스 업체들과 계약을 했다. 원청인 금호고속이 하청인 버스 업체에 돈을 지급해야만 기사들이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횡계차고지엔 전국에서 온 대형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박진호 기자
금호고속 측은 현대기아차로부터 받은 후원액 중 1~2월 임금 130억원을 지난달 12일과 지난 12일 각 업체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패럴림픽 기간인 3월 임금 60억원은 다음 달 중순에 지급할 예정이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기사들에게 임금을 준 최종지급명세서까지 다 받고 있기 때문에 늦어질 수는 있지만 돈 받지 못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사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건 셔틀버스 이용객 증가로 현대기아차가 후원을 약속한 운행 누적 대수보다 많은 버스가 운행돼서다. 운행 누적 대수란 예컨대 버스 한대가 한달 내내 운행을 했다면 운행 누적 대수는 30대가 되는 것이다.

평창조직위와 금호고속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후원을 약속한 차량 운행 누적 대수는 4만1606대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미 이를 초과했고, 현재까지 확인된 운행 누적 대수만 6만대가 넘는다. 초과한 부분은 평창조직위가 지급해야 하는데 아직 정산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이미 예산은 확보한 상태다. 후원 범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운행일지 확인 등 정산절차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회는 끝났지만, 수송은 21일까지 진행되고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함께 정산하기 때문에 금호고속에서 관련 서류가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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