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수사 공공기관 68곳..'제2 강원랜드' 될라 전전긍긍(종합)

최훈길 2018. 3. 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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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강원랜드 면직 방식,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
본인 기소 즉시 퇴출, 청탁자 기소땐 업무 배제부터
9월 새 공운법 시행되면 소급적용.."부정채용 엄단"
일부 공공기관서 무혐의..판결 전 퇴출 피해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정부혁신전략회의에서 “적어도 성적이나 순위가 조작돼 부정하게 합격한 사람들은 채용 취소하거나 면직하고, 그 때문에 순위가 바뀌어 억울하게 불합격한 사람들은 구제해 줘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채용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바로 세우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강원랜드처럼 공공기관 부정합격자들에 퇴출(면직)처분을 내리고 소송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반기까지 수사 결과가 모두 나오게 되면 채용비리에 연루된 수백곳 공공기관의 부정합격자들에 대한 무더기 퇴출이 예상된다.

◇“강원랜드 면직 방식,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강원랜드 식 면직 처분 방식을 다른 공공기관에도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 합동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의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검찰 공소장에 공공기관 부정채용자로 명시되면 면직 처분을 내릴 것”이라며 “이미 지침을 내려 보내 주무부처별로 이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 금주 중으로 부처별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정합격자의 제재 기준을 두 가지로 설정했다.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본인이 기소될 경우 즉시 퇴출하기로 했다. 채용비리 관련 임직원·청탁자가 기소되면 공소장에 명시된 부정합격자는 퇴출 확정까진 3단계를 거치기로 했다. 1단계 조치로 업무에서 즉시 배제된다. 2단계로는 부정청탁 관련 친·인척 등에 대해 부처별 재조사가 이뤄진다. 3단계로는 채용비리 관련 밀접한 관계가 확인되면 기관별 징계위원회 동의를 거쳐 퇴출 조치가 이뤄진다.

현재까지는 이달까지 마무리되는 강원랜드의 면직 처분이 가장 빠른 편이다. 수사가 빨리 진척됐기 때문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재작년 2월 자체 내부감사를 토대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작년 12월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검찰은 외압의혹과 관련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나머지 공공기관들은 올해 1월29일 ‘관계부처 합동 채용비리 특별점검’ 발표 이후 수사가 본격 착수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하반기까지 봐야 한다”고 전했다.

연루된 공공기관들은 상당한 규모다.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946개 공공기관에서 4788건이 적발됐다. 수사의뢰 건수는 109건에 달한다. 수사의뢰 건이 있는 기관은 중앙부처 산하기관 33개, 지방공공기관 산하기관 26개, 공직유관단체 9개 등 68곳이다. 기재부·국토교통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산하기관 등이 포함됐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무더기 면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들 기관들이 “강원랜드 면직이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하는 이유다.

◇9월 공운법 시행되면 ‘소급적용’..소송전 예고

만약 무더기 면직 처분이 이뤄지면 강원랜드처럼 곳곳에서 소송전이 진행될 전망이다. 기소만으로 퇴출하는 게 합당한 지를 다투는 게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는 채용비리를 이유로 부정합격자를 면직하도록 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강원랜드 면직에 공운법(50조)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운영과 윤리경영’ 규정을 적용했다. 산업부 전제구 감사담당관은 19일 강원랜드 면직 계획을 설명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채용 제도의 운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령(공운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공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다 엄격한 지침이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된 개정안에는 ‘유죄 판결 확정 시 부정채용자의 채용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52조의5)는 규정이 담겨 있다. 정부는 개정안 시행일 이전의 사건이라도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로펌 등에 문의한 결과 ‘공운법 시행 시점인 오는 9월에 수사·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사건인 경우 채용 취소를 소급적용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유죄 판결 전에 채용비리 기관이나 부정합격자로 결론 내리는 건 섣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신성철 전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앞서 산업부는 이들을 채용비리(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하고 중징계를 해당 기관에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채용비리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회 정부혁신전략회의에서 “적어도 성적이나 순위가 조작돼 부정하게 합격한 사람들은 채용 취소하거나 면직하고, 그 때문에 순위가 바뀌어 억울하게 불합격한 사람들은 구제해 줘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채용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바로 세우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최우선 혁신목표는 정부와 공직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 국민과 정부, 국민과 공직과의 관계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의뢰 건이 있는 기관은 중앙부처 산하기관 33개, 지방공공기관 산하기관 26개, 공직유관단체 9개 등 68곳이다. 15개 중앙부처 산하 33개 공공기관들 중에서 강원랜드처럼 면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 1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발표 때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강원랜드 등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제외됐다. [출처=기획재정부,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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