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눈감아서 죄송".. 女 '#미투' 이어 男 '#위드유' 바람 분다

권오석 2018. 3.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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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예계부터 일반인까지 잇따라 미투 지지
정치권, 미투 관련 입법 발의도 30여건에 달해
전문가 "남성 성의식 고정관념 탈피와 피해자들 공감·지지 필요"
지난 8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춘천여성회 등 지역 여성단체들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 함께 하겠다)’ 바람이 남성들 사이에서 불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불붙은 미투 운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 진실공방 등으로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 남성들이 기존의 성의식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미투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여성의 간절한 호소…가슴으로 들어줘야”

현재 남성들의 위드유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정치권이다. 정치권은 정당 이념에 상관없이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충청남도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경찰대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 참석해 “미투를 외친 여성의 용기는 인간 존엄성·평등을 바로 세워달라는 간절한 호소”라며 “그 호소를 가슴으로 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방지에도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부디 권력적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과 회피, 거절 혹은 고발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며 “극히 소수의 허위 고발은 수사에 의해 밝혀질 테니 개구리에게 돌 던지는 아이 같은 2차 가해는 결코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야당인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각각 박주선과 유승민 공동대표, 노희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난 8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캠페인’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역시 다음 날인 9일 홍준표 대표 등이 ‘미투 위드유 캠패인’을 시행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미투 관련 입법 발의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미투 운동의 확산과 맞물려 올해 들어 발의된 관련 입법은 30여건에 이른다. ‘가해자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형법과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전문가 “대표성 띄는 인사들의 잇따른 미투 지지에 성 고정관념 깨지는듯”

연예계에서도 미투를 지지하는 남성들의 소신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이순재씨는 지난 1일 한 종합편성채널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미투 운동’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내 스스로를 반추하게 되고 ‘혹시 나는 그런 경우가 없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을 인격체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일이 우리 전체에게 좋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위드유 움직임은 SNS 등을 통해 일반인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를 졸업했다는 김모씨는 지난 2일 학과 페이스북에 “먼저 졸업한 선배로서 또 도움이 되지 못한 동문으로서 한때는 같은 일을 겪었던 제자로서 이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진심이길 바란다”며 “이제는 또 다른 시작으로 현장에 나와 여러 후배들과 마주하며 꿈을 연기할 그날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자신을 청주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후배들이 (조민기 교수에게) 당했던 피해들을 당하진 않았지만 용기를 내 준 피해자 뿐만 아니라 고통을 당했던 내 후배들과 동생들을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며 “방관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고 회개한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위드유 움직임은 대통령과 유명 연예인 등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띄는 인사들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면서 성과 관련한 기존의 남성 중심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 중심적 사고로 여성을 바라봤던 그동안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힘겹게 용기 내 고백한 피해자들을 지지해주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이어져야 기존의 비뚤어진 성의식과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통해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독려해 잘못된 성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 아니라 엄연히 가해자의 잘못으로 일어난다”며 “이 문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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