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학생 1명 유치하면 10점'..영업사원이 된 교수님들

신하영 2018. 3. 20. 0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북지역 사립 A대학의 김원철(53·가명) 교수는 지난달 말까지 학과 학생 충원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

김 교수는 "신입생 모집 시기가 되면 고등학교를 방문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학과·전공을 홍보한다"며 "가끔은 내가 대학교수인지 영업사원인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교육·연구에 매진해야 할 교수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발품을 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생충원 어려워지자 교수평가에 신입생 모집실적 반영
대입설명회 요청 쇄도..고교 "선호도 고려해 가려 받아"
'학생 감소=지방대 고사' 위기 확산.."갈수록 암담하다"
대학 입시 설명회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소연 신하영 기자] 경북지역 사립 A대학의 김원철(53·가명) 교수는 지난달 말까지 학과 학생 충원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 소속 학과에 등록 학생이 계속 줄어들면서 교수 자리마저 위태로워진 탓이다.

A대는 교수 승진 심사에서 기준이 되는 교수업적평가(교수평가)에 신입생 모집 실적을 반영한다. 교육·연구·봉사로 분류하는 평가영역에서 학생충원 실적은 봉사영역 점수로 반영한다.

경북 외 지역에서 학생 1명을 유치하면 10점이다. 부교수에서 정교수 승진을 앞두고 있는 김 교수는 봉사점수 470점을 채워야 승진이 가능하다. 김 교수가 입시철이면 학생 모집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다.

김 교수는 “신입생 모집 시기가 되면 고등학교를 방문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학과·전공을 홍보한다”며 “가끔은 내가 대학교수인지 영업사원인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교육·연구에 매진해야 할 교수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발품을 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아예 교수평가에 신입생 유치 실적을 반영한다. 교수평가는 재임용·승진심사에서 주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들 대학 교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충남 소재 B대 입학처장은 “교수들이 입학설명회에 나와 전공 관련 특강을 여는 일까지 교수평가에 반영하는 등 지방대는 지금 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년(2015~2017년)간 1회 이상 학생 충원율 70% 이하를 기록한 대학은 18곳이다. 이중 광주가톨릭대·대전신학대·서남대(올해 2월말 폐교)·수원가톨릭대·신경대·영산선학대·중앙승가대·한려대·한중대(올해 2월말 폐교) 등 9곳은 2년 연속 학생 충원율이 70%를 밑돌았다. 2년간 입학한 신입생이 정원의 70%를 못 채웠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전남·전북 4곳 △경기 3곳 △강원도 1곳 △세종 1곳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지방대학들 교직원들이 학생 모집을 위해 지역 고교를 순회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직원들만으로는 학생모집에서 한계에 부딪친 대학들은 교수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전북의 한 대학 입시홍보팀장은 “이번 주부터 광주·전남·전북 소재 고교를 모두 한 번씩 방문할 계획”이라며 “하루에 4~5개 고교를 방문해 대학 홍보도 하고 향후 학생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기 위한 협조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입학설명회 요청이 쇄도하자 일부 고교에서는 학생 선호도에 따라 대학을 선별하기도 한다.

전남 목포 영흥고 이용만 진학부장은 “학생 대상 입학설명회를 위한 공간을 내주지 못할 때도 있다. 인근 지방 사립대에서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학생들 눈높이는 높아 쇄도하는 요청만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신입생이 계속 줄어들면 학과 폐지는 물론 학교 자체가 사라질수도 있어서다.

경북 소재 사립대 교수도 “올해 신입생 입학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고, 내년과 내후년 역시 암담하다”며 “신입생 유치는 대학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 이문영 입학처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폐업하고 군산 GM 공장도 폐쇄 위기에 처해 전북 군산 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대학에 정책적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