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5) 조현병 극복한 청년 바리스타 "페퍼민트차 어떠세요"

박효순 기자 입력 2018. 3. 20. 06:24 수정 2018. 3. 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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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금년 설연휴 직전인 지난 2월 13일, 경기도 수원시 북부지역에 위치한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을 방문했다. 알코올중독 환자들의 치료 과정과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원장(정신과 전문의)을 만나기 전에 1층에 있는 카페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바리스타에게 주문을 했다.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물으니 없다고 했다. 그래서 차 종류를 찾으니 ‘페퍼민트차’를 권했다. 공손하게 주문을 받았고, 직접 테이블까지 서빙하겠다고 했다.

그 때 원장이 와서 “항상 마시는 거 주세요~” 주문을 하고 기다리자, “방으로 갖다드리겠다”고 한다. 원장이 괜찮다고 하니, 주문이 밀려 좀 걸린다며 배달을 차청했다. 10분쯤 지나 노크에 이어 문이 열리고 바리스타가 차 2잔을 갖고 들어왔다. 원장과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조현병을 딛고 바리스타가 된 청년이 손님들이 주문한 커피와 차를 준비하고 있다. 박효순 기자

원장은 이 바리스타가 조현병으로 인해 상당한 입원치료를 받고 거의 완치단계에서 현재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치료 중이라고 귀띔했다. “카페를 병원 처음으로 입점시킨 것은 정신과 병원에서 하는 치료에 사회적응을 위한 재활치료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은 조현병을 딛고 매우 안정적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청년을 처음 만났을 때 여느 카페와 다름없는 바리스타였고 평범한 직원이었다. 그런데 원장의 말을 듣고 나니 어쩐지 말투도 조금 이상한 거 같았고 시선도 불안한 듯한 구석이 있어 보였다. 정신보건 질환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일까? ‘편견이 이런거구나’ 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카페는 수원시에 있는 사회적기업 ‘정신건강카페 샘’ 중 하나이다.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재활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11개 지점이 있고 10곳은 구청 등 관공서에, 1곳은 병원에 입점해 있다. 재활훈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을 정식으로 딴 직원들이 월급을 받으면서 근무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다. 하지만 공공기관 등의 속사정으로 12곳에서 최근 1곳이 줄었다. 카페 운영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노노카페’는 앞다퉈 유치하려고 하는 데, ‘정신건강카페’는 반기지 않아 더 줄어들까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환자·가족 모임인 동심초(同心初) 김영자 회장은 “정신재활센터에서 환자들이 직업 훈련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재활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록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한 사회적 편견과 재활 장벽이 그들에게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라고 한다. 요즘은 치료가 좋아져 위기가 있을 때 잠깐만 입원하면 금세 좋아질 수 있는데, 새로운 법으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 입원을 아예 포기하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이나 정부나 보건복지부 사람들에게 ‘바닥을 좀 알고, 한 번이라도 와서 보고 정책을 세우고 행정을 해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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