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의 야간 훈련, 가장 보람있던 순간" 조연 자청한 마지막 주연 김주성

피주영 2018. 3.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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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은퇴를 앞둔 김주성(39·원주 DB)은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바쁜 시즌을 보냈다. 저녁 식사 후 휴식을 취하는 대신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는 벤치 멤버 중에서도 후보 선수로 분류된 김태홍(30)과 서민수(25)와 매일 2~3시간씩 훈련을 도왔다. 작은 스텝 하나도 직접 딛는 시범을 보이며 프로 16년 노하우를 전수했다.

야간 훈련은 시즌 중에도 이어졌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5분 안팎 출전·1점대 득점에 그쳤던 김태홍과 서민수는 올 시즌 각각 22분 출전·6.98득점과 22분52초 출전·5.42득점의 주전급 선수로 거듭났다. 오로지 김주성 덕분이라고만 볼 순 없다. 그러나 김주성이 앞장 섰고, 이들의 성장엔 분명히 김주성과 함께 한 시간이 녹아들었다.

김주성은 '최약체'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받은 DB가 6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주 원주 명륜동의 DB 훈련장에서 만난 김주성은 "돌이켜보면 후배들과 야간 훈련을 한 게 가장 보람이 있고 기억에 남는다"면서 "태홍이가 시합 중 그동안 연습했던 드라이브 인 슛을 성공하거나 민수가 1대1 상황에서 훅슛을 넣으면 '이젠 편한 마음으로 은퇴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2002년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보(현 DB)에 지명된 이후 프로농구 최고 스타다. 압도적인 골밑 플레이와 정확한 중거리 슛을 갖춘 김주성은 서장훈(은퇴) 이후 최고의 '빅맨(205cm)'으로 평가받았다. 삼보 시절을 포함해 DB에서만 16시즌을 뛰며 통산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경험했다. 가장 빛나는 기록은 블록슛 1위(1037개)다. 이 부문 역대 2위는 찰스 로드(현 KCC·531개)이며, 은퇴한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463개로 3위다. 외국인 센터가 득세하는 가운데 김주성의 블록슛 기록은 불멸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최다 출장 2위(742경기)·최다 득점 2위(1만288득점)·최다 리바운드 2위(4425개)도 김주성의 실력과 꾸준함을 대변한다.

언제나 '주연'이었던 김주성은 은퇴를 뒤로 하고 1년간 '조력자'를 자청했다. 김주성은 "좋은 시기에 은퇴할 수도 있었지만, 16년간 몸담아온 팀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컸다"면서 "마지막까지 도와주고 떠나는 것이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출전시간이나 득점과 상관없이 팀이 이기고 후배들의 성장을 도와주자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털어놨다. 이상범 감독도 베테랑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주성은 "감독님께서 부임하자마자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라'고 당부하셨다"면서 "리빌딩 과정에서 노장 선수들은 배제될 수도 있는데, 감독님은 나를 믿어주시고 활용하셨다"고 말했다.

DB는 에이스 허웅이 군입대하고, 부상자도 많았다. 실제로 팀 내부에선 이번 시즌 6강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상대 팀조차 크게 경계하지 않는 것이 보였다. 이런 가운데 김주성은 시즌 초반을 승부처로 삼기로 했다. 그는 "상대 선수들이 우리와 경기할 땐 방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감만 떨어지지 않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며 "후배들에게 '지더라도 껄끄러운 팀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 한마디는 젊은 선수들의 자존심을 깨웠다. DB는 김주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경기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시즌 중반 1위를 달릴 때도 반짝 '돌풍'에 그칠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 번 분위기를 탄 DB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올해 13연승을 내달리며 1위를 탈환했고, 마지막까지 전주 KCC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를 지켜냈다. 김주성은 "후배들과 디온테 버튼과 로드 벤슨이라는 해결사가 있어 우승했다"고 공을 돌렸다.

김주성은 식스맨(후보 선수)으로 뛰었다. 노장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이 감독의 묘수였다. 김주성은 주로 승부처인 3·4쿼터에 투입돼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는 해결사이자,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는 정신적 지주였다. DB는 김주성이 주로 활약한 4쿼터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평균 12분43초 동안 5.26득점(3점슛 0.81개) 2.07리바운드를 기록한 김주성은 생애 처음으로 식스맨(최우수 후보 선수)상을 받았다. 프로농구 22년 역사상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에 이어 식스맨상까지 받은 선수는 주희정(은퇴)에 이어 김주성이 두 번째다.

식스맨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 김주성은 고비도 있었다. 그는 "운동 선수가 원하는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할 때 가장 속상한데, 사실 올 시즌 중반이 그랬다. 부상 부위인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스텝을 밟을 수 없어서 속상했다"면서 "팀에 폐를 끼칠 것 같아 감독님께 출전 시간을 줄여달라고 말씀드리려 했다. 다행히 후배들이 펄펄 날아 고민은 해결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몸이 힘들었던 것은 태홍이 민수와 실전 같은 야간 훈련을 한 것도 한몫했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는데, 딱 올해까지 뛰는 게 맞다"며 웃었다.

김주성은 '소통왕'이다. 많게는 20년 가까이 차이나는 후배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자주 체크한다. 라커룸에서 후배들이 듣는 최신 아이돌 노래도 같이 즐긴다. 그는 "SNS상에 최신 춤이 유행하면, 라커룸에서 후배들에게 유머있게 춰주고, 노래도 빠르지만 들어보려 한다"면서 "나는 신인 시절 허재 선배님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도 요즘 세대에 맞는 방법으로 다가가려 한다"고 했다.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DB는 오는 28일 안양 KGC인삼공사-울산 모비스 승자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이젠 큰 욕심이 없을 것 같다'는 말에 김주성은 마지막 꿈이 있다고 했다. "후배들과 힘을 합쳐 우승히고 싶어요.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하고 것보다 더 큰 영광은 없겠죠."

원주=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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