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미래]②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위계 구조 먼저 바꿔야"

장병호 입력 2018. 3. 20. 05:29 수정 2018. 3.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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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연극연출가 이윤택은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지난달 20일 첫 모임을 가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현재까지 다섯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연극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최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의 죽음으로 '미투' 운동에 나섰던 청주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청주대 학생들은 잘못이 없다"며 "악성댓글을 거둬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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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문제 해결 위한 연극인 모임
주 1회 정기모임 통해 해결책 모색
피해자 연대로 연극계 자정 운동 독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달 19일 연극연출가 이윤택은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성추행은 있었지만 성폭행은 없었다”는 반쪽짜리 사과로 연극인을 분노케 했다. 이에 연극인들은 다음날 대학로에 모여 수면 위로 떠오른 연극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 탄생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이후 주 1회 정기모임을 가지며 한 달 넘게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들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문화예술계를 건강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력한 위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견고한 가부장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씨앗이 문화예술계에서 잉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미투’ 운동으로 불거진 성폭력 문제가 사회에 만연한 위계 문화에서 빚어진 것임을 강조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남자라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조직의 리더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내리누르는 행위가 얼마나 미개한 행동인지 부끄러워할 줄 아는 문화예술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첫 모임을 가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현재까지 다섯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연극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피해자를 위한 긴급 상담 창구를 운영해 필요할 경우 심리상담 및 법적 대응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발언이 이슈로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언론 대응에도 나서고 있으며 국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도 함께 촉구하고 있다.

학교 및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의 죽음으로 ‘미투’ 운동에 나섰던 청주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청주대 학생들은 잘못이 없다”며 “악성댓글을 거둬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미투’ 운동 이전인 지난 2016년부터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 왔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 ‘○○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부에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미투’ 운동이 불거진 뒤 뒤늦게 대책을 마련해 비난을 받았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이번 사안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가 모든 문제 해결을 여성가족부에 미루고 있는 모습이 실망스럽다”면서 “현장의 고민과 목소리가 반영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대책과는 별개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에서도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피해자와 상담센터와의 연계를 돕고 있으며 피해자를 위한 교육과 상담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지자를 늘릴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계획 중에 있다. 피해자들의 연대를 통해 연극계의 자정 운동을 독려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 전체가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더욱 우려스럽다”면서 “‘미투’ 운동을 통해 모든 시민들이 타인의 존엄에 대해 더 섬세하게 접근하도록 노력하는 것,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인권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인권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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