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T리포트]전쟁 치르는 '백의의 천사', 꿈도 태웠다

이영민 기자 2018. 3. 20. 04: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간호사들이 떠나고 있다.

2030년에는 전체 필요 간호사 인력의 44.5%에 달하는 15만8554명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새로운 인력을 늘리는 일보다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임금 인상, 근무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간호사 인력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떠난다, 한국을]②출근은 당기고..식사는 미루고..12시간 풀근무..신규 간호사 이직률 38.1% "근무환경 종합 개선 절실"

[편집자주] 간호사들이 떠나고 있다. 단순한 인력유출의 문제가 아니다. 간호 인력의 부족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국민 건강 저하→의료 관련 사회비용 증가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메르스의 급속한 전파와 신생아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좌시할 수 없는 간호사 유출의 현장과 문제, 대책을 짚어 봤다.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의 집단 괴롭힘)이 없어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연세의료원 노동조합에서 제작한 '태움 배지' / 사진제공=연세의료원 노동조합


전북의 한 간호대학에 다니는 3학년 문모씨(22)는 최근 진로에 고민이 생겼다. 언론과 지인 등을 통해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의 집단 괴롭힘)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접하면서다.

문씨는 암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며 간호사를 꿈꿨지만 그 꿈을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틈날 때마다 공무원 등 다른 길도 알아보고 있다. 만약 간호사를 한다고 해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간호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간호사 지망생부터 현직 간호사까지 절망적 현실에 꿈을 접는다. 고질적 간호인력 부족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1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2016년 기준)는 한국이 3.5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9명의 38%에 그친다. 2030년에는 전체 필요 간호사 인력의 44.5%에 달하는 15만8554명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는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근본적인 업무 체계와 문화가 바뀌지 않은 채 수급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간호사를 많이 배출해도 그만둬버린다는 얘기다.

당장 간호사가 되자마자 이직하는 비율이 높다.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자격증을 땄지만 생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한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신규 간호사(경력 1년 미만)의 이직률은 38.1%(6437명)에 달한다.


신입 시절 선배 간호사들의 태움과 과중한 업무량을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두는 식이다. 입사 1년 만에 간호사를 포기한 김모씨(26)는 "낮은 연차에 어려운 업무를 몰아주는 불합리한 체계를 견딜 수가 없었다"며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으로 이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서 전문 자격증을 활용조차 못하는 '장롱 간호사'가 숱하다. 2016년 기준 간호사 면허소지자 35만5772명 중 보건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17만9989명(50.6%)에 그친다. 면허소지자 절반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일하거나 집에서 쉰다는 뜻이다.

간호사로 3년간 일하다 제약회사로 이직한 이모씨(30)는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을 때를 생각하니 3교대 근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간호사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인력 증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새로운 인력을 늘리는 일보다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임금 인상, 근무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간호사 인력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전체 간호사 수가 증가해도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병원들은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처우 개선, 다양한 탄력근무제 도입 등 유휴간호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간호인력 문제는 환자 안전, 생명 보호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충분한 인력을 확충해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읽어주는 MT리포트

이영민 기자 letswin@, 이동우 기자 canel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