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림픽 다 끝나니 비 내려.. 하늘도 평창 도왔다"

평창/윤형준 기자 2018. 3. 2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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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마친 이희범 조직위원장 인터뷰]
취임 후 2년간 하루 4시간씩 자.. 노로바이러스 번질 때 가장 아찔
평화 기여했다는 교황 칭찬 기뻐

그는 눈두덩이 곳곳에 다래끼가 난 듯 벌겋게 부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요즘 연설문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형색은 아픈 환자였지만 '다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입가에 엷게 미소가 번졌다. 그는 지난 18일 폐막한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이희범(69) 조직위원장이다.

19일 평창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평창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침에 비 오는 걸 보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만약 대회 기간이나 폐회식 때 비가 많이 왔다면 어땠을까요? 올림픽 때도 폐회식 이틀 뒤 50㎝ 폭설이 내렸죠. 이번 대회는 하늘도 도왔습니다."

패럴림픽 폐회식 다음 날인 19일 평창에서 만난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누적된 피로 탓에 눈두덩이가 부어 있었다. 그는 “올림픽 성공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어느 한쪽만 잘돼선 안 되고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그는 구원투수였다. 갑작스레 물러난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2016년 5월 조직위원장에 전격 선임됐다. "기차는 원래 출발 후 속도를 올리며 100㎞, 200㎞ 가잖아요? 그런데 제가 올라탔을 땐 이미 시속 250㎞였고, 이후에도 그 속도를 유지해야 했어요."

이 위원장은 취임 3주 차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만나자마자 '두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첫째, 소치올림픽에 88개국이 참가했다. 우리는 90개국 이상을 부탁한다. 둘째, 평화 올림픽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북한이 와야 한다. 안전은 우리가 책임지겠다."

바흐 위원장은 이를 약속한 뒤 '두 가지 부탁'을 해왔다. "끝까지 조직위원장을 맡아줄 것, 최후의 공직으로 생각하고 최선의 봉사를 해줄 것을 말합디다. 저도 약속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너무 힘들어 사표 쓸 마음을 품은 게 1년도 더 됐다"고 했다. 예산 3000억원이 모자라는데 도저히 메울 방법이 없었는데, 그를 도운 건 국민 후원금이었다. "강원 정선중학교에서 24만원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돈이 2300억원 상당. 그는 공기업과 IOC까지 찾아가 "'물에 빠져 죽을 지경이니 돈 좀 내라. 안 그러면 약속 못 지킨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충분히 받아왔습니다. 대회 개막 전 조직위 밥값까지 끌어당겨 1000억원쯤 아꼈습니다."

최근 국민의 84%가 '평창올림픽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림픽 티켓은 100.9%가 팔려 목표치(90%)를 초과 달성했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물었더니 "올림픽 개막 직전 번진 '노로바이러스'였다"고 했다. 밤 10시 회의를 소집해 바이러스가 퍼진 숙소를 통째로 격리하고 군 인력을 대체 투입했다. "IOC에 매일 아침 '이런 문제가 있었고 이렇게 해결됐다'고 보고했더니 개막 사흘째부턴가 회의 안 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창은 스포츠가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 간에 다리를 건설하고 평화에 명백히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칭찬한 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2년 가까이 하루 4~5시간만 잤다. 올해 초 가족이 이사를 갔는데 아직 새집도 못 가봤다. 당뇨도 있고, 혈압도 높은 몸인데 하루에 저녁만 2~3끼니를 먹거나 혼자 컵라면으로 때운 날도 여럿이다. 그는 "원 없이 일해 좋았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고 했다. "다음 주쯤 병원에 갈 일만 남았는데요. 지금 좀 아파서요. 주치의 선생님한테 혼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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