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연합군' 얻은 뮬러 특검, 트럼프에게 질문리스트 보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8. 3. 2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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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당한 매케이브·코미 메모 힘입어.. 조만간 직접 조사할 듯]
트럼프 "매케이브 메모는 가짜" "특검엔 힐러리 지지자만 가득" 등
트윗으로 특검 비난 수위 높여
美정치권 "특검 해임 시도하면 트럼프, 대통령직 종말 맞을 것"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 측에 질문 리스트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검 수사가 중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특검팀이 '러시아 의혹'뿐 아니라 '트럼프그룹'의 사업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으며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 시각) 뮬러 특검팀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에 질문 리스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했다. 질문 내용과 관련,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것이 사법 방해 혐의에 적용되는지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혐의가 바로 사법 방해였다. 코미 전 국장이 물러나는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앤드루 매케이브 FBI 전 부국장을 은퇴 26시간 전인 지난 16일 전격 해고한 것도 사법 방해 혐의 '목격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회사인 트럼프 그룹에 대해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그룹이 러시아에서 벌인 사업에서 오간 자금 흐름까지 파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위터에 "뮬러 특검은 절대로 시작되지 말아야 했다. 어떤 (러시아와) 공모도 없다"며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사실상 경고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흥분하는 것은 뮬러 특검이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핑계로 자신의 자금줄까지 손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백악관의 뒷이야기를 쓴 책 '화염과 분노'의 저자 마틴 울프는 "백악관 사람들은 수사가 대통령의 자금에 가까이 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침몰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사업가 출신이어서 자금 쪽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고당한 FBI의 매케이브 전 부국장과 코미 전 국장도 트럼프로서는 고민거리다. 당장 매케이브 전 부국장도 국장 대행 시절 트럼프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메모를 뮬러 특검 측에 전달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물론 대화 내용은 '러시아 의혹' 중단 압력과 관련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여기에 코미 전 국장도 지난 17일 "미국 국민들은 곧 누가 정직하고, 정직하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고록을 곧 출판할 것임을 알렸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 중단을 압박한 전말이 담겨 있음을 예고했다. 다음 달 출간 예정인 코미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은 예약 판매로만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특검과 FBI 전직 간부들의 압박에 트럼프 대통령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도 FBI의 매케이브 전 부국장과 코미 전 국장, 뮬러 특검을 비판하는 트윗을 잇따라 올리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NYT는 "참모들의 (자제) 요청을 대통령이 듣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는 '매케이브 메모'와 관련 "그가 나와 함께 있을 때 절대로 메모를 한 적이 없다"며 "(매케이브는) 거짓말쟁이 제임스 코미와 똑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뮬러 특검에 대해선 "왜 특검팀에 민주당 강경파 인사 13명과 사기꾼 힐러리의 지지자들이 있고 공화당 인사는 없느냐"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뮬러 특검부터 공화당원이며, 뮬러를 지명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차관도 공화당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뮬러 특검을 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경고가 여야에서 나왔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만일 해임을 시도할 경우) 대통령직의 종말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타이 콥 백악관 특별 고문 변호사는 이날 밤 성명을 내고 "특검 해임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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