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한 동료 가족에 생활비.. 환경미화원 1년 위장극

입력 2018. 3. 20. 03:03 수정 2018. 3.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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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함께 일한 동료를 살해한 환경미화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6시 반경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Y모 씨(59)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그러나 이 씨는 경찰서로 가는 대신 인천으로 달아났다가 17일 한 PC방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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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독거남.. "말다툼하다 살인"
시신 쓰레기봉투 담아 버린뒤 동료 행세하며 휴직계 제출
피해자 신용카드 쓰다 들통
경찰 "돈 얽힌 계획살인 가능성"

[동아일보]

15년간 함께 일한 동료를 살해한 환경미화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시신을 대형 비닐봉지에 넣어 태연히 쓰레기장에 버렸다. 그러고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1년 가까이 숨진 동료인 양 행세했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전북 전주시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이모 씨(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6시 반경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Y모 씨(59)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이 씨는 경찰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Y 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기며 욕설을 해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이 씨는 범행 다음 날 오후 6시경 Y 씨의 시신을 검은색 비닐봉지 15장으로 겹겹이 쌌다. 일반 쓰레기로 위장한 것이다. 다시 옷가지와 이불로 시신을 감싼 뒤 100L짜리 종량제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평소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구역 내 한 초등학교 앞 쓰레기장에 갖다놓았다. 이어 6일 오전 6시 10분경 평소처럼 출근한 이 씨는 Y 씨 시신이 담긴 봉투를 쓰레기차량으로 수거한 뒤 완산구 상림동 소각장에 유기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이혼한 뒤 혼자 살았다. 가족과 왕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씨가 이런 점을 범행 때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씨가 사망해도 찾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살인극에 이은 이 씨의 사기극은 치밀했다. 이 씨는 범행 얼마 뒤 경기지역의 한 병원의 도장이 찍힌 진단서를 위조했다. 병명은 허리디스크, 환자는 동료 양 씨로 된 진단서였다. 이 씨는 진단서와 양 씨 이름의 휴직계를 팩스로 구청에 보냈다. 구청은 별다른 의심 없이 5월부터 양 씨의 휴직을 허가했다.

‘직장 문제’를 해결한 이 씨는 양 씨 가족 속이기에 나섰다. 양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따로 살고 있는 양 씨 자녀에게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 등의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60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생활비를 보내고 대학 등록금까지 때맞춰 송금했다. 실제로 Y 씨 자녀들은 한동안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후 이 씨는 평소처럼 출근해 쓰레기를 수거했다. Y 씨의 휴대전화가 울리면 직접 받아 주인 행세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Y 씨의 딸은 오랜 기간 아버지와 직접 통화하지 못하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일반 실종사건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전주의 한 노래방에서 Y 씨의 신용카드 사용 기록이 파악되면서 강력사건으로 전환했다. 사용자가 Y 씨가 아닌 이 씨로 확인된 것이다. 또 지난해 Y 씨의 신용카드로 수천만 원이 결제됐는데 대부분 유흥비였다.

경찰은 이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7일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씨는 경찰서로 가는 대신 인천으로 달아났다가 17일 한 PC방에서 검거됐다. 처음 혐의를 부인하던 이 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범행 후 Y 씨의 카드 8개로 5100만 원가량을 결제했고 650만 원을 대출받았다. 범행 전에도 Y 씨에게서 8750만 원을 빌린 상태였다. 경찰은 이 씨가 1억4000만 원이 넘는 돈 대부분을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홧김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하지만 생전에 Y 씨로부터 거액을 빌린 만큼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하지만 시신이 소각장에서 이미 처리돼 훼손 여부를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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