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즐기는 언니들 늘었다 .. 롤 결승전 표 절반 여성이 구입

성지원 2018. 3.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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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여가" .. 게임산업 성장 기여
'듀랑고' 이용 시간은 남성의 2배
게임 캐릭터에도 여성 등장 늘어
2018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쇼케이스
회사원 설지환(30)씨는 주중 2~3일은 아내와 PC방을 찾는다. 온라인 슈팅게임 ‘오버워치’를 함께 하기 위해서다. 주말이면 둘이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4로 게임을 즐긴다. 설씨는 “취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이 늘면서 ‘겜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게임+재테크’의 줄임말로 좁게는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아 돈을 버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퇴근 후 게임을 즐기며 여가에 드는 비용을 아끼는 것을 통칭한다.

회사원 채성식(29)씨는 “한 달에 2~3만원 드는 PC방 이용요금 외에는 돈 쓸 일이 별로 없다”며 “다른 여가활동보다 가성비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요에 맞춰 최근 컵라면·과자는 물론 스파게티·떡볶이·볶음밥 등을 파는 ‘카페형’ PC방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파는 음식 종류만 40가지가 넘는 곳도 있다.

담배 연기 자욱하고 가끔 ‘나쁜 형’들한테 돈을 빼앗겼던 오락실의 기억은 옛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여성이 늘고, 디지털 시대 보편적 여가문화로 자리 잡아 가면서 게임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e스포츠다. 지난해 4800석 규모의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렸던 롤(LOL) 챔피언스 코리아 리그의 여름 결승전 티켓은 판매가 개시된 지 5분 만에 매진됐다. 2017년 롤 월드 챔피언십 리그 준결승전 시청자 수는 8000만 명이 넘었다. 미국은 일부 종목 프로게이머에게 프로 운동선수와 같은 수준의 취업비자인 P-1을 발급하고 있다. 국내 e스포츠 프로 선수의 연봉은 지난해 평균 9770만원으로 전년 대비 52.5% 늘었다.

전통 스포츠 구단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미국 프로야구구단 뉴욕양키스는 지난해 롤 게임단 등을 운영하는 ‘비전e스포츠’에 투자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은 지난해 말 축구 게임인 ‘피파’ 프로게이머를 키우는 ‘e스포츠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유튜버 1·2위가 게임 영상을 방송하는 크리에이터일 정도로 방송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게임 산업 활황에는 여성 이용자가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는 여성 이용자의 플레이 시간(748분)이 남성 이용자(293분)보다 2배 이상 많다. 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 관계자는 “2017년 롤 스프링 시즌 리그의 결승전 티켓 구매자 중에서 여성 비율이 46%”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여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65.5%로 남성(7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임 내에서도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노련한 저격수 ‘아나’는 전투 중 한쪽 눈을 잃은 60대 여성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기술을 가진 ‘트레이서’는 레즈비언으로 설정됐다. 오버워치의 열성 이용자인 여성 회사원 윤희재(29)씨는 “할머니와 성소수자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세계관이 좋다”고 말했다.

김창현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 게임 활성화로 저변이 넓어지면서 여성 이용자들이 많아졌다”며 “게임 제작사들도 여성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디자인을 가미하면서 여성 이용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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