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영장 청구]검 "이런 사람 구속 못하면 다른 수사 못해"..문무일, 장고 끝 승인

유희곤 기자 2018. 3. 1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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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검찰총장 결단 배경은
ㆍ전날까지 전·현직 검사, 법조계 관계자에 신병처리 자문 구해
ㆍ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임명권자 달라 정치적 부담 적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9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문무일 검찰총장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은 검찰 내·외부에서 이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66) 수사와 달리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오후 5시35분쯤 110억원대 뇌물수수, 350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사팀이 지난 16일 오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결과, 구속 및 불구속 기소 방안을 보고한 지 사흘 만이다. 수사팀은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는 문 총장이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다.

문 총장은 오후 4시50분~5시10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경과와 구속의 불가피성을 보고했다. 대검찰청은 “박 장관이 ‘전직 대통령 범죄는 내란, 헌정질서 문란 등이 아닌 이상 국격이나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지만 증거인멸 가능성,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및 국민 법감정 등도 함께 고려해 검찰이 최종 판단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전날까지 수사팀 외 다른 전·현직 검사들이나 법조계 관계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 신병처리 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원로들은 대체적으로 “전직 대통령 2명이 수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이 정도 피의자를 구속하지 못하면 다른 사건 수사는 어떻게 하냐”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도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은 이 같은 사건 피의자를 구속 수사해왔고 최종 지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는 피의자 조사 이전부터 사실상 예상됐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한 중간간부급 검사는 “이 전 대통령 수사와 같은 대형 사건은 일선 수사팀이 검찰 수뇌부에 수시로 보고하고 소환 통보 시점부터 구속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게 예상됐던 만큼 수사팀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았다”고 말했다.

법리적 판단뿐 아니라 정무적으로도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촛불혁명’으로 시작됐다”면서 “문 총장이 며칠간 고심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구속영장을 안 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 개인적으로는 임명권자(박 전 대통령)를 구속해야 했던 김수남 전 총장과 같은 부담이 없다. 김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5월11일 사의를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총장직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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