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푸틴 '21세기 차르'..'강한 러시아 부활' 드라이브

박효재 기자 2018. 3. 19. 22: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대선 득표율 76.7% 역대 최고…투표용지 투척 등 의혹 제기
ㆍ스탈린 뒤이은 24년 장기집권…서방엔 더 강경, 저성장 숙제

4선의 푸틴 “러시아 부활, 더 세질 것”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후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 | 로이터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6)이 ‘21세기 차르’로 등극했다.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2000년부터 실세 총리였던 기간까지 합해 앞으로 2024년까지 24년을 집권하게 된다. 29년간 러시아를 통치했던 이오시프 스탈린에 이은 두 번째 장기집권이다. ‘러시아 부활’을 위한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는 서방 국가들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저성장 극복 등 숙제도 안고 있다.

■ 네 번 중 최고 득표율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마네즈나야 광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집회 및 음악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 | 로이터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결과 지난 대선 때보다 13%포인트 이상 오른 득표율 76.7%로 4선에 성공했다. 푸틴의 네차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푸틴은 당선 확정 직후 모스크바 마네즈나야 광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여러분 팀의 일원”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우리는 영국에 감사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러시아인들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자국 내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강경대응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비꼰 것이다. 푸틴 측에선 오히려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투표율·득표율을 높여줬다며 반색했다.

이길 게 뻔했던 이번 선거에서 관심사는 득표율보다 투표율이었다. 러시아 전역에서 자동차나 아이폰 등을 경품으로 내거는 등 기상천외한 투표독려 행사가 펼쳐졌지만 투표율은 67.5%로 당초 목표치였던 70%에 못 미쳤다. 하지만 2012년 대선 투표율 65%보다 높았다.

선거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들의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수집을 폭로해 러시아에서 사실상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은 이날 트위터에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다량 투척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독립 선거감시단체인 골로스는 투표용지 대량 투척, 반복 투표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강한 러시아’ 향수 자극

수많은 비판과 의혹 제기에도 푸틴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도록 지시하고 시리아 내전 사태에 적극 개입했다. 푸틴은 국영방송 연설에서 미국과 서방의 미 동맹국들이 가하는 위협을 강조하는 한편 더욱 강력해진 러시아제 무기들을 선보이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일관된 메시지는 러시아는 서방의 포위된 위협에 처해 있고 살아남으려면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푸틴은 1991년 구소련 체제 붕괴 이후 보리스 옐친 정부까지 이어져 온 경제난을 빠르게 극복하고 체제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유가 기조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경제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내는 동안 평균 7%대 경제성장률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하고 반대 여론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2012년 3기 정부 들어서는 민족주의 색채를 강화하면서 더욱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통치 방식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 서방과 강대강 대결은 그대로

푸틴은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강조한다. 푸틴 4기에서 ‘팽창 전략’이 계속될 경우 미국·독일·영국 등 서방과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푸틴이 장기간 세계 저유가 기조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4기 정부 들어 ‘포스트 푸틴’을 노리는 내부 권력다툼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푸틴이 외부의 적과 대결 구도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강경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정부의 군사행동은 과감해지고 역내 긴장감은 고조될 가능성이 많다.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이유로 시리아 내전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다. 러시아군은 지난 13일 미국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한 순항미사일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미사일과 발사장치에 보복공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푸틴은 앞으로도 ‘강한 미국’을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경제난 극복은 숙제

서방과의 강대강 대결로 강한 지도자로 각인된 것은 수확이다. 하지만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와 국제 저유가로 인해 경제난은 심해지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다가 계속 마이너스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처음 1.5%로 간신히 회복했다. 푸틴은 고도 경제성장의 장애물로 지적되는 자원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부문에서 국가가 관여하는 비중을 줄이고 경제활동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 육성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