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엘시티 추락참사 "나는 살아남았고 홀로 버려졌다"

박호경 기자(=부산) 2018. 3. 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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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비로 목숨 건진 김효완 씨..병원 입원할 때에야 포스코 대응 '비난 봇물'

[박호경 기자(=부산)]

 

사고 발생 후 포스코 직원들이 신변 구속...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사고 수습에 수차례 동원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55층에서 외부작업발판(SWC)이 추락해 인부 4명이 사망한 대형사고가 발생했으나 당시 현장에서 함께 추락 발판에서 모든 장면을 지켜봤던 인부 1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당 인부는 사고 발생 당시 추락하지 않은 발판에 안전벨트 고리를 체결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으나 포스코 측에서는 사고 수습을 위해 1시간 30분여 동안 그의 신변을 구속하고 동료들의 죽음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도 경찰의 현장감식에 두 차례 불려가는 등 곤욕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오후 1시 50분쯤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아파트 공사현장 55층에서 외부작업 발판과 함께 인부 3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지난 2일 오후 1시 50분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 발생 후 사체를 수습하는 모습. 이날 55층에서 추락한 작업 발판으로 인해 인부 4명이 사망했다. ⓒ프레시안


이 사고로 추락한 인부 3명과 함께 지상에서 작업하고 있던 인부 1명이 추락물 압착으로 사망했다. 또한 인근에서 작업하던 인부 4명이 추락물 파편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됐다.

이날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진행된 현장브리핑에서 박희도 현장총괄소장은 "작업 발판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3명이 있던 발판이 추락했고 하부 작업자까지 총 4명이 사망했다"며 "작업 기계상의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고 부착된 철골이 탈락했을 가능성 등을 놓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확인 중이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외부작업 발판은 4개로 나뉘어 있었으며 이날은 총 6명이 작업에 투입돼 4명이 발판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벽유리 등을 설치하는 과정이었기에 안전벨트를 착용하더라도 해당 발판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은 작업발판 추락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고 박희도 현장총괄소장은 설명했다.

추락사고 당시 고정된 발판에 안전벨트 고리를 체결해 목숨을 건진 김효완(54) 씨는 지난 16일 <프레시안>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외부작업 발판은 4개의 구조로 나뉘어 한 개당 4개 층의 구조로 이뤄져 있는 구조물이었다"며 "첫 번째 발판을 인상하고 두 번째 발판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저는 첫 번째 발판에 안전벨트 고리를 체결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작업 도중 갑작스럽게 두 번째 발판이 추락했다. 다행히 인상된 발판과 작업 중인 발판 양쪽에 발을 대고 몸을 지탱하고 있어 발판 추락에도 안전벨트 고리가 걸려 있는 발판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졌다"며 "안전벨트 고리에 메달려 있으면서 동료들이 살려달라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봤다. 마치 단 몇 초였겠지만 저에게는 10분보다도 긴 시간이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다른 발판도 추락할까 두려워져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스스로 안전벨트를 풀고 그곳에서 간신히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지난 2일 오후 1시 50분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작업발판이 있었던 장소. 김효완 씨는 같은 발판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추락한 발판이 아닌 옆 발판에 안전벨트 고리를 체결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위 빨간원 위치에 있던 김효완 씨는 아래 빨간원 위치로 추락했다. ⓒ프레시안


안전고리 벨트 체결로 목숨 건진 김효완 씨는 외관상 큰부상이 없다는 이유로 사고 수습에 수차례 끌려다녔다

이같은 상황에도 김효완 씨는 경찰이 발표한 부상자 명단에도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눈앞에서 목격한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포스코 측의 사고 수습에 불려 다니고 경찰의 현장감식에도 호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효완 씨는 "사고 발생 후 혼자 힘으로 탈출해 내려가니 이미 사망자들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나는 당시 외관상 큰 부상이 없다는 이유로 포스코 직원을 포함한 10여 명이 엘시티 건설현장 건너편에 위치한 사무실로 데려가 1시간 30여 분 정도 사고 수습을 위한 대책반에 붙잡아 놓았다"며 포스코가 자신을 강제로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효완 씨는 사고 당시 추락한 동료들의 모습을 본 충격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등 손이 떨려 정상적인 판단을 가질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음에도 포스코에서는 그를 치료하기 위한 어떠한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사고수습에만 열을 올렸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에서 밝힌 부상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김효완 씨는 지난 3~4일 진행된 현장감식에 불려 나가 자신과 같이 작업하던 동료들이 사망한 장소를 재차 보게 되면서 그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관할 해운대경찰서 최해영 형사과장은 당시 김효완 씨의 상황을 알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상자 명단에 김효완 씨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당시 큰 외상이 없는 상황으로 보여지며 사건 당일 이후인 3일 현장감식에서 처음으로 만나 사고를 직접 목격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해 당시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사고 당시 김효완 씨는 안전벨트 고리 체결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사고를 직접 목격한 그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각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외부작업 발판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 수 없어 정확한 상황 설명을 위해 김효완 씨에게 경찰 출석과 현장감식 참가를 요청했고 이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줬다"며 "부상자 명단에는 당시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병원에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직원들을 통해 병원 진단서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억울한 것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 현재 부산 해운대백병원에 입원 중인 김효완 씨 모습. ⓒ프레시안


김효완 씨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포스코 측 도움 없이 스스로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는 사고발생 3일 후인 지난 5일에야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해운대 백병원에 입원실이 없어 대기 해야 한다는 말에 인근 병원에라도 입원하기 위해 돌아다녔으나 정신치료가 가능한 곳이 없어 그는 다시 해운대백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고발생 5일 후인 7일에서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김효완 씨는 "사고 발생 후 정신적 스트레스에 약을 복용했으나 경찰과 포스코 측에 계속해서 불려 나가면서 더욱 몸이 지쳐갔다"며 "그럼에도 포스코는 부상자 명단에 저를 포함시키지도 않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몸의 피로에 결국 제 발로 해운대 백병원에 찾아와 입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가 또다시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발생했다. 혼자 입원 수속절차를 밟고 있자 포스코 소속의 직원 한 명이 도와주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김효완 씨는 이날 처음으로 포스코 직원을 만났으며 병원 치료비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해당 포스코 직원은 김효완 씨가 병원 입원 전 구입한 약값과 병원 진료비 영수증을 가져가고 이를 지급해줬으며 그제서야 포스코 측에서 병원비를 모두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완 씨는 "동료들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같은 회사 직원들에게 고통을 호소하자 포스코 직원과 연결하게 해줬다"며 "따로 전화는 하지 않았지만 동료 직원들의 연락에 포스코 직원이 입원수속을 하는 날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우호재 부산사무소장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곧바로 확인해 보겠다"고 답한 후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확인 결과 사고 당시 큰 외상은 없었고 현재는 해운대 백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직원들이 매일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며 "저희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의 방지를 위해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의 말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일 치료를 권유했다. 이후에는 경찰 조사 등으로 병원 치료가 늦어졌지만 병원 수속부터는 계속해서 관리 중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효완 씨가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은 당사자로 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뒤로도 수차례 사고 현장에 불려 다니고 사고 당일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찰과 포스코 측은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사를 책임지는 시공사가 힘없는 노동자의 2차 피해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충격적인 사건의 당사자인 김효완 씨에게 우선적으로 정신적인 안정과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치료환경을 제공해야 함이 우선임에도 시공사인 포스코 측은 치료는 배제한 채 오히려 사고 현장에 김효완 씨를 불러내 계속해서 추가 스트레스를 유발시켰다. 지금도 김효완 씨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두려움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추락사고가 발생한 외벽 마감공사에는 전문업체 I 사가 포스코의 아래도급으로 계약하고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장비를 보유한 S 사가 고정장치 매립과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설치이동작업과 관련해 I 사와 또다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추락으로 사망한 인부 3명은 S 사의 또 다른 하도급인 D 사 소속으로 밝혀졌다.


생존한 김효완 씨도 D 사 소속으로 그가 사고 후 곧바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경찰 조사 이후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게 된 이유가 결국 포스코의 직원이 아닌 복잡한 하도급 업체 중에서도 가장 하위 업체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은 산재보험 가입조차 제대로 되지않은 하층 노동자들에 대한 당국의 보호장치가 시급해 보인다. 다시는 김효완씨 같은 힘없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실명 기제는 본인의 동의하에 이뤄진 것임을 밝힙니다.


박호경 기자(=부산) (bsnews3@pressi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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