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 열흘 넘도록 북미 정상회담 '포치'가 없다
4월 말 한국에 이어 미국과 정상회담이 잡혀있는 북한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6일 오전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뒤 19일 오후까지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체의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측 특사로부터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해 듣고 의견을 교환했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딱 한줄짜리 보도를 한 게 전부다. 이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때와 비교해도 여러모로 달라진 분위기다. 남북은 이전 두 차례의 정상회담 때 양측이 회담에 합의한 뒤 같은 시간에 발표했다. 그 이후에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귀환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하더니 그 이후론 줄곳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남북정상회담때 주민들에게 회담이 통일을 위한 김정일의 결단이라고 선전하면서도, ‘황색 바람(자본주의 요소)을 마스도록(갈아 없애도록) 해야 한다’는 사상교육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게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인지, 아니면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유동적이라고 판단해서 그런 건지 면밀히 관찰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핵에 대해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거나 '체제 안전을 지키는 보검'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하루아침에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면 주민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고심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에선 ‘김정은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교육한다"며 "정상회담을 추진하다가 삐끗하면 김정은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아직 실무접촉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 주민들에겐 알리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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