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법' 진면목 보여준 삼성-화웨이 소송

김익현 기자 2018. 3. 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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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6년만에 반대쪽에 선 로펌들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미국 특허 소송이 불을 뿜고 있다. 물론 애플과 소송 때와 달리 미국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국 기업이 연루되지 않은 소송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내 언론에도 이번 소송이 크게 보도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최강인 삼성과 2위업체 화웨이 간의 소송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가 중국과 미국이란 양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동시에 공방을 벌이고 있어 더 관심이 쏠린다.

중국에서 패소했던 삼성이 미국 법원에 소송중지명령(anti-suit injunction) 신청을 하면서 흥미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중국 법원의 판매금지 판결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따로 있다. 6년 전 유사한 소송에서 법정 공방을 벌였던 바로 그 로펌들이 ‘리턴 매치’를 벌이는 것. 게다가 두 로펌이 그 때와는 역할을 서로 바꾸고 있어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화웨이)

■ 중국 판결 '소송중지명령' 놓고 열띤 공방

이번 소송은 화웨이가 2016년 5월 삼성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화웨이는 삼성이 LTE 부문 필수표준 특허 1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선 화웨이가 완승했다. 예상대로 중국 선전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월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그 뿐 아니다. 화웨이 특허를 침해한 삼성 스마트폰 제조 및 판매금지 조치까지 함께 발령했다.

판매금지 판결은 미국 같은 서방국가에선 쉽게 나오지 않는다. 특히 쟁점 기술이 필수표준특허로 분류돼 있을 경우엔 특히 판매금지 판결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중국 법원의 제조 및 판매금지 판결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중국에서 1차 공방을 끝낸 두 회사는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역시 같은 사안을 놓고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맞붙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본안 소송을 앞두고 중국 판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이 중국법원의 제조 및 판매금지 판결 집행을 막아달라는 신청을 한 것. 그걸 법률 용어로 소송중지명령(anti-suit injunction)이라고 한다. 삼성의 이런 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진=퀸 에마누엘 로펌)

삼성과 화웨이가 소송중지명령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한 사건이 오버랩되고 있다. 6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모토로라 간의 공방이 바로 그것이다. 모토로라는 MS가 X박스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소송은 독일과 미국에서 진행됐다. 모토로라는 독일에서 MS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MS가 미국 법원에 ‘소송중지명령’ 신청을 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워싱턴 서부지역법원의 로바트(Robart) 판사는 MS 요청을 받아들였다. 로열티 산정을 위한 재판이 진행될 때까지 독일 법원 판결을 집행을 연기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시들리 로펌)

삼성과 화웨이 간의 공방은 6년 전 ‘MS vs 모토로라’ 사건의 판박이처럼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6년 전 MS와 모토로라 소송을 대리했던 바로 그 로펌들이 이번 소송에도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로펌들이 6년 전과는 반대편에 서서 변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 퀸 에마누엘-시들리, 6년 전엔 반대편에서 변론

6년 전 소송 때 MS를 대리한 로펌은 시들리(Sidley)였다. 반면 모토로라는 퀸 에마누엘이 맡았다. 당시 시들리는 의뢰인인 MS에 ‘소송중지명령’ 이란 선물을 선사했다. 반면 퀸 에마누엘은 모토로라에 원하는 과실을 전해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소송에선 퀸 에마누엘이 삼성을 대리하고 있다. 퀸 에마누엘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때도 삼성을 대리했다. 시들리는 삼성의 상대방인 화웨이를 대리하고 있다.

결국 두 로펌은 6년 전과는 반대 쪽 자리에 서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로펌들이 다른 사건에서 (종전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건처럼 완전히 반대 역할을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꼬집었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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