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라커룸, 이제는 개방할때도 됐다

배우근 입력 2018. 3. 19. 15:20 수정 2018. 3.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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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개 야구장의 라커룸은 비공개 영역이다.

미국의 여러 프로 스포츠가 라커룸을 개방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미국 미디어는 개방된 라커룸에서 선수와 직접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한다.

KBO리그도 이제는 철옹성 같은 라커룸을 개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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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의 클럽하우스, 추신수의 라커가 보인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전국 5개 야구장의 라커룸은 비공개 영역이다. 취재진에게도 오픈되지 않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방할 때도 됐다.

우선 비공개 이유부터 살펴보자.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동안 낙후된 시설이 발목을 잡았다. 라커룸이 팬들에게 노출되기에 부끄러울 정도였다. 외신을 통해 접하는 MLB의 시설과는 천양지차였다.

국내 구장의 라커룸은 낡고 좁았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취재진이 출입했는데, 운신하기 힘들 만큼 불편했다. 사실 라커룸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인 2000년에 지은 인천 문학구장에 원정팀 라커룸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2014년 리모델링을 마친 문학구장 라커룸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광주, 대구, 고척에 최신식 신축구장이 개장했고 마산은 짓고 있다. 문학구장 라커룸도 지난 2014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며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재탄생했다. 그외 구장도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돕기 위해 라커룸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다. 이젠 대외적으로 오픈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그러면 왜 라커룸을 개방해야 할까. 선수들이 쉬고 있는 곳까지 취재진이 굳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리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MLB는 경기 전과 후, 일정시간 라커룸 취재를 허용한다. MLB 뿐 아니라 NBA, NHL, NFL 등 4대 스포츠 구장의 라커룸이 취재진에 개방되어 있다. 밀실이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라커룸 취재가 막혀있다. KBO리그는 일본 방식을 따르고 있다.

텍사스레인저스의 라커룸에서 박병호와 피어밴드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16.01.16. 서프라이즈(애리조나)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미국의 여러 프로 스포츠가 라커룸을 개방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선수가 주인공’이라는 개념이 바탕이다. 미국 미디어는 개방된 라커룸에서 선수와 직접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한다. 경기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선수들의 휴먼 스토리를 발굴하며 팬들의 궁금증 해소에도 응한다.

라커룸 개방으로 선수가 느낄 불편은 최소화 했다. 기본적으로 개방시간(30분)이 정해져 있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원하지 않는 선수는 잠시 그 자리를 피하면 된다.

MLB와 달리 KBO리그는 감독 위주의 취재다. 선수 취재는 용이하지 않다. 취재진은 더그아웃 한켠에서 공격 또는 수비 훈련을 마친 선수를 잠시 붙잡고 취재한다. 서로에게 민폐다. 불편하고 짧은 인터뷰는 수박 겉핥기의 한계를 가진다.

게다가 그 선수는 팀내 대표급 선수가 대상이다. 신인급이나 후보선수는 제외다. 그런 선수를 인터뷰 하면 그들 스스로 주변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이다.

부산 사직구장 라커룸
KBO리그도 이제는 철옹성 같은 라커룸을 개방해야 한다. MLB로부터 받아들일 건 적극 수용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한계가 뚜렷하다. 감독의 설전, 평가, 하소연이 야구기사의 주류를 차지한다.

선수 기사도 천편일률로 양산된다. 선수 한명을 붙잡고 여러 매체가 동시에 취재하는 탓이다. 따로 발품을 팔 필요가 없는 현 상황이 기자 입장에선 불편하면서도 편하다. 아이러니다.

독자들은 때때로 힐난한다. 비슷한 기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고. 안타깝게도 그건 취재현장의 구조적 배경이 주된 이유다. 변화를 원한다면 KBO 10개 구단의 라커룸 개방이 더이상 미뤄져선 안된다.

라커룸 개방에 대해 몇몇 구단이 반대한다 해도 KBO총재 직권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 다양성은 리그를 키우는 가장 큰 토양이다. 2018시즌의 라커룸에서 많은 스토리가 피어나길 기대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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