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는 전쟁 중이다

2018. 3.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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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무릎 아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는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전쟁.

이런데 어찌 전쟁이 아닐 수 있을까.

친구나 형제, 이웃의 고양이가 죽어가는 광경을 수없이 지켜보는 길고양이들은 대체 얼마나 큰 슬픔을 어떻게 감내하고 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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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김하연의 묻지 않는 고양이
솜방망이 처벌 그치는 학대 사건
하루에 수없이 당하는 로드킬
친구·형제 죽음을 눈앞에서 보며
고양이는 매일 전투하듯 산다

[한겨레]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자동차 아래 몸을 웅크리고 있다.

우리 무릎 아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는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전쟁. 반드시 죽어야 끝나는 전쟁.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과장이 심한 것 같다고? 그럼 한번 따져보자. 굶주림에 쫓겨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아파서 죽은 고양이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학대와 로드킬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는 목이 잘린 고양이 머리가 발견됐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같은 달 경기도 안양 호계동에서는 새끼 고양이를 죽여서 가시나무에 걸어 놓은 사건도 발생했지만 여전히 수사 중이다. 동물단체에서 현상금을 걸고 경찰을 압박해서 범인이 잡힌다고 해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골목을 걸어가는 길고양이를 발로 차도 훈방, 베란다에 있는 새끼 길고양이를 집어 던져 죽여도 벌금 50만원, 사고로 다쳤지만 살아 있는 길고양이를 땅에 묻어도 벌금 50만원으로 끝난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있어야 경각심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처벌은 하나 마나 한 수준을 넘어서 학대를 방조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대구 동성로에서 한 경비업체 직원이 고양이를 삼단봉으로 때려죽인 사건이 벌어졌다. 생명을 빼앗은 범죄의 무게와 같은 처벌이 이뤄질까?

길고양이들은 길에서 죽는다.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자동차 아래서 신문지를 갖고 놀다가 눈이 마주쳤다. 앞에 놓인 사료 두 알을 보고 먹어도 되나 망설이고 있다.

로드킬은 어떤가. 2016년 서울시 다산콜센터로 들어온 로드킬로 인한 사체 처리 요구는 모두 7만4038건. 그중에서 길고양이 사체 처리 요구는 5766건이다. 하루에 16마리가 공식적으로 죽고 있는 것이다. 굶어 죽는 길고양이 빼고, 병들어 죽는 길고양이 빼고, 학대받아 죽는 길고양이 빼고, 로드킬로 죽었지만 신고되지 않고 처리된 길고양이 빼고도 이만큼 죽어가고 있다. 서울에서만 그렇다. 그렇다면 부산은? 광주는? 대전은? 인천은? 이 땅에서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길고양이가 죽고 있을까. 이런데 어찌 전쟁이 아닐 수 있을까. 친구나 형제, 이웃의 고양이가 죽어가는 광경을 수없이 지켜보는 길고양이들은 대체 얼마나 큰 슬픔을 어떻게 감내하고 사는 것일까. 난 짐작도 할 수 없다. 당신은 어떤가. 이대로도 괜찮은가.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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