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요금제 개편 '눈 가리고 아웅' 실제 요금 안 내리고 고가요금제만 '찔끔'

강승태 2018. 3.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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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 보편요금제 법제화 앞두고 선제대응..민간자율 침해 주장도
통신사들이 잇따라 요금제 개편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매경DB)
이동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금제 개편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신업계 3위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SK텔레콤(SKT), KT까지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정부가 보편요금제 입장을 고수하면서 통신사들이 정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의 요금제 개편 움직임이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요금제 개편 나선 통신사

▷데이터 늘리고 약정 개편했지만…

요금제 개편 첫 단추를 꿴 것은 업계 3위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LTE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월정액 8만8000원대 요금제를 내놨다. 이 요금제는 월 40GB(기가바이트)까지 가족끼리 나눠 쓸 수 있게 했다. 가족 간에는 횟수 제한이 없고 친구 등에게는 월 4회까지 줄 수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1명만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같은 통신사를 쓰는 나머지 3명에게 각각 월 13GB씩 제공 가능하다. 스마트폰 외 다른 스마트워치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에도 나눠 쓸 수 있다. 데이터 40GB 한도 내에서 최대 2대까지 데이터를 무료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선보인 요금제는 SK텔레콤이나 KT의 최고가 요금제와 비교하면 경쟁력 있다. SK텔레콤은 T시그니처 마스터(월정액 11만원)에서 기본 데이터 35GB를 제공하지만 하루 2GB 사용 후 속도 제한을 둔다. KT의 데이터 선택 109(월정액 10만9890원)도 기본 데이터를 30GB 제공하고, 하루 2GB 사용 후 느려진다. 동일 가격대인 8만8000원대 요금제에서는 SK텔레콤과 KT 모두 월 20GB만 제공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LTE 데이터양 증가를 파악했다”며 “트래픽을 수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도 맞불을 놨다. 박정호 SKT 사장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T는 ‘8대 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8대 혁신 프로그램에는 약정 제도, 해외 로밍, 일반 요금제, 멤버십, 콘텐츠, 스마트홈, 인공지능, 인터넷·TV 결합상품 등이다.

SKT는 약정 제도부터 수정했다. 약정 기간의 절반만 채우면 남은 약정이 줄어들수록 할인반환금(위약금)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 해지하면 그간 할인받은 금액을 반환해야 했다. 약정 만료가 다가올수록 누적 할인 금액이 증가하는 탓에 소비자들은 반환금 부담이 컸다. 이런 구조를 개편해 약정 기간 절반을 채운 시점부터 할인 반환 금액을 줄이기 시작해 약정 만료 시점에는 0원에 수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월 6만5000원대 밴드 데이터 요금제로 24개월 선택약정을 한 고객이 악정 만료를 한 달 앞두고 23개월 차에 해지한다고 하자. 이전에는 15만1800원 반환금이 발생했다. 앞으로는 2만1083원만 내면 된다. 이와 함께 SKT는 순차적으로 로밍 요금제나 일반 요금제 등도 수정하겠다는 계획이다.

KT 또한 요금제 개편에 동참했다. KT는 음성통화·문자 무제한에 데이터를 묶어 제공하는 ‘데이터패키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최대 3.3배 늘리고 약정을 없앤 ‘LTE 데이터 선택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했다. ‘LTE 데이터 선택(무약정) 32.8 요금제’는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 대비 월 데이터 제공량이 300MB에서 1GB로 늘어난다. ‘무약정 38.3 요금제’에서는 2.5배 증가한 2.5GB 데이터를 제공한다.

▶보편요금제 막기 위한 꼼수?

▷변두리 혜택 그친다는 비판 제기

통신사들이 앞다퉈 요금제 개편안을 내놓는 것은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요금 인하 압박과 함께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법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보편요금제는 현재 월 3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서비스를 2만원대로 낮춰 가계 통신비를 인하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약 2570만명이 연간 2조2000억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정부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시장에서 나온다면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재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목표는 저가 요금제 혜택을 개선해 전체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요금 혜택을 볼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에 나서면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는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민간 기업 자율경영을 침해할 수 있는 정책이다. 가격을 2만원대로 규정하는 행위는 통신 시장에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사들은 2만원대 요금제가 나오면 당장 월평균가입자매출(ARPU)이 크게 줄 것을 우려한다. 월 5만원 이하 요금제 구간 가입자들이 대거 보편요금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해 통신사들이 요금제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우선 새롭게 선보이는 요금제가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 SKT가 선보인 ‘무약정 플랜’은 무약정 고객에게 매월 3000~9000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무약정 고객은 전체 가입자 10%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 이용자에게는 전혀 혜택이 없다. 게다가 SKT는 기기변경이나 새로 약정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포인트를 쌓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야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조건을 바꿨다. 1년 이상 무약정으로 지내는 소비자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기변경이나 새 약정을 해야 혜택을 주겠다는 뜻이다.

요금 인하가 거의 없고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LG유플러스가 도입한 무제한 요금제나 KT가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요금제 모두 매월 8만원 이상 요금을 써야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KT는 저가 요금제를 개편했지만 데이터 제공량만 늘릴 뿐 요금 자체를 인하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보편요금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보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의 거듭된 요금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가계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취지와 동떨어진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된다.

요금제가 개편된다고 해도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면 별 쓸모가 없는데 스마트폰 출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지금은 통신비 자체가 높게 책정돼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달에 5만원 이상 통신비를 사용 중이다”라며 “저가 요금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는데 통신사들이 내놓고 있는 대책은 고가 요금제나 포인트 혜택 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5G 상용화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4G 요금제에 대한 혜택 강화는 통신사들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통신사들은 4G를 통해 설치 비용 등을 회수하고도 크게 남을 만큼 이익을 거뒀다”며 “현재 요금제 개편은 일반 소비자가 요금 할인을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개편이 아닌 국민에게 실질적인 인하 효과를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요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0호 (2018.03.21~2018.03.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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