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4선의 날..스탈린 잇는 '24년 집권자' 등극

김혜지 기자 입력 2018. 3. 19. 06:57 수정 2018. 3.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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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6년 더 집권..경쟁 아닌 '신임투표' 거쳤다
비결?..舊소련 영광 재현 위한 '국가 핵심' 표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4선에 성공했다. 푸틴의 '예정된 승리'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업체가 실시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총 8명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70%에 달했다. 선거 낙승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로써 6년 임기 대통령직 연임이 확정되며 푸틴 집권은 2024년까지 이어진다. 러시아 최장기 통치자인 이오시프 스탈린(1924~1953년 집권)에 이은 두번째 장기 통치자다.

푸틴은 1999년 12월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이래 거의 20년간 러시아를 다스렸다. 헌법상 연임 제하 규정을 피하기 위해 잠시 총리를 맡았다가 대통령에 오르는 등 각종 술책을 동원해서다.

푸틴의 연임 비결은 간단하다. 무너진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할 '국가의 핵심'으로 자신을 그려내는 것이다.

푸틴이 장악한 국영매체가 올해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대선일이 가까워지자 푸틴을 구(舊) 소련 붕괴 이후 무너진 러시아의 자존심과 안정을 다시 세울 사람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푸틴도 바라는 바다. 푸틴의 신년 국정연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당시 '불패(不敗)의' 신형 핵무기를 다수 공개하며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가 하면,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국가의 중동 패권을 늘렸다고 자신했다.

미국과 호각을 다투며 냉전시대를 지배한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취지다.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 AFP=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로 격화된 서방과의 긴장은 역으로 푸틴의 집권에 도움이 됐다. 러시아는 최근까지도 2016년도 미국 대선 개입, 영국 내 스파이 독살 시도 등으로 서방과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 주도 국제질서에 홀로 반대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굳혔다.

AFP통신은 이러한 현실을 잘 대변하는 시민 발언을 소개했다. 통신이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만난 교통 관리자 세르게이 바바예프(55)의 말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우리로 하여금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게 하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서 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위기를 공언했으나 우리는 견뎌냈다. 그것이 푸틴의 주요한 자질이다. 그는 우리 국가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적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모두 사전에 제거해, 자신을 대체할 선택지 자체를 없애는 전략도 유효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푸틴 경쟁자 7명은 전부 지지율 8%를 넘지 못한다. 푸틴 저격수로 유명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러시아 재판부의 논란적 유죄 판결에 따라 애초에 대선 출마가 금지됐다.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의 스테판 곤차로프 조사관은 "러시아 국민들은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표현했다.

득표율보다 '투표율'이 푸틴에게 관건인 이유다. 이번 대선은 푸틴의 통치 정당성을 증명할 시험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곤차로프 조사관은 "시민들이 푸틴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려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올 대선을 '푸틴 신임투표'로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스스로를 파데예프(41)라는 성으로만 밝힌 한 자동차 제조공장 직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광대일 뿐이다. 선거 결과는 이미 알려져 있기에 투표하러 가지 않겠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선은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5시 극동 지역에서부터 시작됐으며 19일 오전 3시 역외 지역 칼리닌그라드에서 끝났다.

◇푸틴이 내건 공약과 反푸틴시위 가능성

푸틴은 크게 4가지 공약을 내걸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 국민 삶의 질 향상 : 빈곤선 아래 2000만 인구 구제 #2.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감소 #3. 국제 패권국으로서의 러시아 명성 재건 #4. 실리콘밸리와 경쟁 : 정보기술(IT) 산업 활성화

직전 2012년도 대선은 4년간 총리에 올랐던 푸틴이 대통령 자리를 다시 꿰차면서 전 국가적인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하지만 시위는 대대적인 당국 진압에 따라 사그라들었으며 푸틴 취임 이후에도 야권 활동가들에 대한 진압은 계속됐다. 새로운 집회시위법은 집회결사 자유를 제약한다는 평이 많다. 이번에도 직전과 같은 반(反) 푸틴 시위가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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