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주사 한 방이면 암·독감 KO.. '만능 백신'에 한 발짝 더

최인준 기자 2018. 3.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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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감 예방하는 '범용 백신'
자주 바뀌는 바이러스 돌기 대신 태 안 바뀌는
'코어' 공략해 예방 英, 사람 상대로 첫 임상시험 성공
암 예방을 넘어 치료까지..
바이러스 증식 막아 자궁경부암 예방 국내서도 사람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중
美, 약해진 면역세포 되살려 전이된 암세포까지 없애는 백신도 개발

백신이 진화하고 있다. 1796년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이 나온 이래 다양한 백신이 개발돼 인류를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지켰다. 최근엔 모든 종류의 독감을 주사 한 방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돼 상용화 직전 단계에 접어들었다. 단순히 특정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백신 기술도 선을 보였다. 예방에서부터 치료까지 전방위로 활약하는 '만능 백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김현국

◇모든 독감 예방하는 '범용 백신' 최근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분야는 모든 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상용화된 백신은 28종까지 늘어났지만 바이러스의 변종이 늘어나면서 백신이 통하지 않는 질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이자·GSK·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바이러스 종류와 관계없이 예방이 가능한 범용 백신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존 백신은 단백질로 구성된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에 정확히 들어맞는 형태의 항체가 몸에서 많이 생기도록 유도한다. '열쇠-자물쇠' 조합처럼 돌기와 모양이 맞는 항체가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원리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돌기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영국 백신 개발 기업 백시텍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의 중심부에 있는 코어(core·핵심) 단백질을 공략하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변이가 일어나도 형태가 바뀌지 않는 코어 단백질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다. 백시텍은 지난해 영국 성인 145명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올해 말부터는 백신 효능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임상시험 두 번째 단계에 돌입한다. 이스라엘 바이오 기업인 비온드박스는 백시텍보다 많은 50세 이상 성인 9630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중 범용 독감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범용 백신 개발에는 국내 기업의 기술도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사노피가 범용 독감 백신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SK케미칼과 총 1억5500만달러(약 1656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방식 백신 생산 기술을 사들인 것이다. 이 기술은 백신 생산 시간을 기존보다 3분의 1로 단축해 범용 백신 상용화를 한층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범용 백신은 독감뿐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AI)나 말라리아·메르스 등 예상치 못한 여러 전염병이 갑자기 유행해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기존 백신은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추출해 배양한 다음 백신을 개발한 뒤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반면 범용 백신은 개발 속도가 기존 백신에 비해 16배가량 빠르고, 대량 생산이 용이해 생산 비용은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면역세포 깨워 암 잡는 백신 나와 백신 생산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암을 예방하는 백신도 나오고 있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데 이를 이용해 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궁경부암 백신이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주요 발병 원인인데 이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증식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암 발생도 막을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두 종류의 자궁경부암 백신이 개발됐고,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자궁경부암 백신 'NBP-615'의 임상 1·2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발병 주 요인인 구강암·후두암에 대한 백신 개발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방뿐 아니라 암을 제거하는 '암 치료 백신'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처음 발병한 암세포와 함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암까지 없애는 치료 백신이 개발돼 주목받았다. 지난 1월 미국 스탠퍼드대 암연구소 로널드 레비 박사는 두 종류의 면역자극제(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약품)를 암 조직에 직접 주입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암 치료 백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암에 걸린 쥐 90마리에 암 백신을 주입해 지켜본 결과 87마리가 완치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마리는 암이 재발했지만 한 차례 더 백신을 투여했더니 암이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백신의 자극으로 되살아난 면역세포 T세포들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암세포까지 찾아내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T세포는 암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특정 단백질의 형태를 인식해 공격한다. 하지만 암세포도 증식을 거듭하면서 T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공격력이 지속되기 어렵다. 연구진은 "백신에 사용된 면역자극제가 암세포에 의해 기능이 떨어진 T세포를 깨워 활성화킨 데 이어 활성화된 T세포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전이된 암까지 제거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항체 생성을 유도해 항원(抗原)을 없애는 백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공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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