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봉주, 무소속 상태로 서울시장 출사표 .. 냉담한 민주당

하준호 2018. 3. 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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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회견서 복당 호소하며 눈물
당 내선 "사실관계 규명이 먼저"
박영선도 출마 "숨쉬는 서울 만들 것"
홍준표가 영입 나선 이석연 "불출마"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최정동 기자]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의 복당 문제로 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8일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서울특별시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출마 회견은 더불어민주당 복당 호소 쪽에 가까웠다. 정 전 의원은 최근 자신에 대한 ‘미투(#MeToo) 폭로’와 복당 심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친정 민주당으로부터도 내침을 당할 위기이지만, 온갖 음해와 모함을 뚫고 제 길을 가겠다. 어떤 시련과 난관도 10년 만에 돌아온 저 정봉주를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7일 민주당 서울시당에 냈던 복당 신청을 철회하고 지난 15일 중앙당에 복당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그는 “당적을 잃은 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 폭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과 당원 자격도 회복됐으니, 복당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기류는 냉담하다. 미투 운동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으로 가뜩이나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은 억울하다지만, 어쨌든 구설에 휘말린 건 맞지 않느냐”며 “(진실)공방이 지속하는 상황인 만큼 복당보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서 해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당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세한 건 당 최고위(19일) 보고 내용을 봐야겠지만, 결론은 언론과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 전 의원의 복당을 수용할 경우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경우 성폭력 의혹이 폭로된 뒤 1시간 만에 당 최고위에서 출당·제명 조치를 의결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과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매체(프레시안)가 맞고소한 상황이어서 법적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복당이 유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당원 자격 회복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결정이 나오면 그때 판단하겠다. 서울시민과 약속을 한 상태여서 어떤 상황에서도 가려고 한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유한국당도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힌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홍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서울시장 출마 요청 건과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삶에 충실하기로 했다. 대표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점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선거 연대설이 나오지만, 홍 대표는 “선거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이날 “숨 막히는 서울을 숨 쉬는 서울로 바꾸겠다”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박 의원은 서울 영등포 ‘꿈 이룸 학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며 “도시를 큰 눈으로 보고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경쟁할 박원순 현 시장을 겨냥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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