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문닫고 24시간 영업도 끝 .. 식당·편의점 단축영업 확산

함종선 2018. 3.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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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뜸한 시간은 문 닫는 게 이득
최저임금 올렸지만 되레 임금 줄어
아르바이트생들은 '투잡' 고민
영업시간 단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이마트는 폐점 을 한 시간 당겼고, 24시간 영업을 멈추는 패스트푸드점도 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최 모(46·강남구 도곡동)씨는 남편과 함께 토요일인 지난 17일 점심 식사를 하려고 양재·도곡동 일대의 김치찌개·순댓국 식당 3곳을 돌았으나 모두 문을 닫은 것을 발견했다. 최 씨는 “네 번째로 찾아간 식당이 그나마 문을 열어 오후 2시 반 넘어 겨우 점심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휴일에 문을 닫거나 평일 영업시간을 줄이는 점포가 늘고 있다. 최저 임금 인상과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주 52시간 근무’가 주된 원인이다. 근무 시간 단축 여파로 주말에 근무하지 않고, 평일에도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손님이 없는 날이나 시간대에 굳이 비싼 인건비를 들여 영업할 필요가 없다고 업체들이 판단한 것이다.

영업시간 단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문을 닫는 시간을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전 지점의 폐점시간을 기존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앞당겼다. 홈플러스도 다음 달부터 일부 점포의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조정한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이달부터 밤 11시였던 의무 폐점시간을 10시로 조정해 가맹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패스트푸드점도 증가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3개월간 10개 매장에서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손님이 뜸한 오전 1~6시에 문을 닫는 식이다. 맥도날드 전국 매장 440여곳 중 24시간 운영하는 매장은 현재 300여곳이다.

영업시간 줄이는 업체들
버거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종로구청점·충무로역점·낙성대점·전남대후문점 등의 매장에서, 롯데리아는 남양주 호평점,평택 안중점 등에서 24시간 영업을 각각 중단했다.

24시간 영업이 ‘기본’처럼 여겨지던 편의점 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신세계 계열 편의점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새로 가맹계약을 맺은 점포 중에 ‘24시간 운영’을 선택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신규 가맹점 중 24시간 운영점 비율은 지난해 8월 28.7%에서 지난 2월 8.8%로 크게 감소했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심야에는 인건비가 수익보다 많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게 이익”이라고 말하는 점주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 식당을 중심으로 저녁이나 점심 장사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의 두부 맛집으로 꼽히는 뱃나드리는 최근 영업시간을 오후 4시까지로 줄였다. 서울 반포동의 한 양념갈비집은 최근 점심 장사를 접었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박 모(59)씨는 "이전에는 일요일이나 휴일에도 근무하러 나오는 직장인들이 더러 있어 휴일에 문을 열면 인건비는 나왔는데 요즘은 휴일에 손님을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손님이 뜸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를 ‘브레이크 타임’으로 정해 손님을 받지 않는 것도 유행이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이전에는 재료 손질과 점포 정리 등을 위해 고급 레스토랑들이 주로 브레이크 타임을 뒀지만, 최저임금 인상 뒤에는 김치찌개 등을 파는 일반 음식점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하고 있다”며 "소규모 음식점은 법정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주는 곳이 대다수이다 보니 올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오른 임금이 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영업시간을 줄이는 점포가 늘어나면서 ‘투잡’을 찾는 아르바이트 근로자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일식당에서 시급제로 일하는 김 모(26)씨는 "일하던 곳이 오후에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했기 때문에 브레이크 타임 이전까지 일할 다른 식당을 찾고 있다”며 "일할 곳을 찾더라도 두 업소를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 등을 고려하면 최저 임금 인상 전보다 오히려 버는 게 적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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