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금주령 무색.. 등산객들 "정상주 원샷∼"

안승진 2018. 3. 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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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까지 올라 기분이 좋은데 술 한 잔은 해야지."

17일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한 등산객은 산에 오르기 전 익숙한 듯 막걸리 2병을 가방에 담아 산으로 향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황보정도 계장은 "금주령에 대한 등산객들 관심은 높다. 어디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현재 탐방로와 산 정상 등 대부분 등산지역에서 음주가 금지됐고 음주산행 예방을 위해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도 돌며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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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음주 금지 첫 주말 북한산 가보니/입구서 막걸리·소주 버젓이 팔고/"뭔 참견이냐" 곳곳서 술판 벌여/ 보온병에 술 담아와 몰래 '홀짝'/"다 숨어서 마실 것.. 탁상공론"

“산 정상까지 올라 기분이 좋은데 술 한 잔은 해야지.”

17일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한 등산객은 산에 오르기 전 익숙한 듯 막걸리 2병을 가방에 담아 산으로 향했다. 등산로 입구 가게마다 야외 진열대에 막걸리와 소주가 가득 놓여 있었다. 지난 13일 국립공원 내 음주가 전면 금지되고 처음으로 맞은 주말, 국립공원 앞 풍경은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상점 주인은 “9월까지는 계도기간이라 괜찮다고 한다”며 술을 살 것을 권했다. 그는 “고작 술 한 병을 금지하는 건 너무하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산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금주령’을 비웃는 등산객이 눈에 들어왔다. 산 중턱에서는 “뭔 참견이야”라는 식으로 어김없이 술판을 벌였다. 일부 등산객은 계곡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휴대전화 음악을 들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지난 13일 국립공원 내 음주행위가 금지된 이후 맞은 첫 주말인 17일 오후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등산객이 술병을 급히 치우고 있다.
고교 동창들과 북한산을 찾았다는 오모(55)씨는 “주변에 민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가볍게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 부근에선 더 위험한 음주가 벌어졌다. 비탈길과 돌길이 이어지는 백운대 인근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해발 836m인 이곳은 앞서가던 성인 남자들조차 “무섭다”고 연신 외칠 정도였다. 정상에 오르자 넓은 바위에 자리를 잡은 등산객들이 이른바 ‘정상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김모(57)씨는 “막걸리를 마셔야 산 정상에 올랐다는 기분이 든다”며 “다들 건강을 챙기러 산에 오는데 누가 술을 과하게 마시겠냐. 위험하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40대 후반 황모씨도 “목숨 소중한 줄 다 아는데 많이 마시겠느냐”며 “다들 막걸리 한두 병 먹고 그 힘으로 하산한다. 정부가 금지해도 다 숨어 마실 것이기 때문에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등산객은 와인을 보온병에 담아오거나 막걸리병을 손수건으로 안 보이게 가렸다.

환경부가 국립공원 산 정상부와 탐방로, 대피소, 암벽 등에서의 음주행위를 전면 금지한 건 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1328건 중 64건(4.8%)이 음주로 발생했다. 특히 음주로 인한 추락사 등 사망사고가 10건으로 전체 사망사고(90건)의 11.1%를 기록했다. 오는 9월12일 계도기간이 끝나면 음주산행 1회 적발 시 5만원, 2회 적발 시 10만원 등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산 정상에서 음주는 평소보다 체내 흡수가 빨라 적은 양에도 더 쉽게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인지능력장애, 균형감각 저하 등으로 이어져 낙상사고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당국이 국립공원 내 모든 등산로의 음주를 단속하기란 인력 여건상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방에 숨기거나 음료수 병에 담은 술까지 적발할 방법도 따로 없다. 따라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 등산객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황보정도 계장은 “금주령에 대한 등산객들 관심은 높다. 어디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현재 탐방로와 산 정상 등 대부분 등산지역에서 음주가 금지됐고 음주산행 예방을 위해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도 돌며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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