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통화정책 무난' 평가..'쓴소리 못하는 예스맨' 우려

2018. 3. 18. 1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은 총재 후보 인사청문회 이틀앞

전문가 "저금리 기조 유지는 불가피"
"공조 이상으로 정부 의식" 비판도
향후 4년 중대변수 많아 역할 주목
"중간 규모 한국경제 통화정책 중요"

[한겨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겨레> 자료 사진.

오는 21일 국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이 총재에 대해선 대체로 무난한 통화정책을 구사했다는 평이 나오는 반면, ‘쓴소리’를 못하는 ‘예스맨’ 기질을 드러내온 점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 총재는 이번 인사청문을 통과하면, 1998년 한은 독립 이후 첫 연임 총재가 된다.

우선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통화정책이 무난한 편이었다고 평가한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몇년간 경기침체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온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평론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사건과 다음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는 등 여러 악재 속에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다만 이 총재로서는 (경기 전반의 상황이) 그만의 실력을 보여줄 만한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외부에서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한은이 금리를 더 내렸어야 한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나온다. 한은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한 직원은 “0.5%나 1.25% 모두 어차피 같은 저금리다. 차라리 금리를 더 내려서 확실하게 경기부양에 나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리스크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으로 관리하되, 투자와 소비심리를 더 확실하게 끌어올렸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 총재가 정책 공조 수준을 벗어난 ‘예스맨 행보’를 보여온 데 대해선 우려를 표명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 예로, 지난달 27일에도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정부가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게 되더라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돈을 더 푸는 추경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동일하다는 이 발언은 ‘완만한 회복기’라는 한은의 경제 상황 판단이 달라진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혼선을 초래했다. ‘특정 분야 부양을 염두에 둔 추경은 통화정책과 별개’라는 식의 답변도 가능했을 텐데, 왜 굳이 정부와 기조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 걸까.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고위 간부는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를 꺼리는 평소 스타일이 드러난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위험이 커진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은에 출자를 요구하자, 이 총재가 호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은 정부가 예산으로 할 일인데 한은에 손을 내밀었고 이 총재가 이를 수락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에 정부의 뜻(출자)과 달리 대출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정부와 협의를 끝낸 것만 강조하며 자화자찬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 총재의 통화정책은 공도 과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정부의 꼼수에 협조해준 것은 임기 중 가장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질이 때때로 ‘정책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좀더 적극적인 재정정책 운용을 주문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총재도 당시엔 아무 말 없이 조용했다가, 탄핵정국 뒤인 2016년 말에야 ‘재정정책을 좀더 확장적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더라”며 “정부 눈치보기가 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4년간 통화정책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훨씬 많아졌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선 경기회복세가 다소 미약한 상황에서 청년실업과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현안 과제가 쌓여 있고, 미국은 올해 3~4차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김진일 교수는 “미국처럼 강대국은 대체로 국내 상황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면 되고, 대다수 작은 나라들은 대부분 그냥 따라간다. ‘중간 경제 규모’인 한국과 같은 나라는 어떻게 통화정책을 펴나가야 할지에 대한 전범이랄 게 없어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총재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