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철강관세 면제·FTA 쟁점 주고받기 '일괄타결'로 가나

구교형 기자 2018. 3. 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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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23일 발효 임박…정부, 대미 외교·통상 라인 총출동
ㆍ양국 FTA 3차 협상 후 신속성·융통성 강조 ‘접점’ 주목
ㆍ일각 “FTA 협상 서두르기, 좋은 전략 아니다” 우려도

미국의 ‘수입 철강 25% 관세’ 명령 발효일이 닷새 앞으로 임박하면서 핵심 당국자들이 해외로 총출동하는 등 전방위 통상 협상에 나서고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은 미국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 종료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재무장관과의 담판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 국무부 부장관과 상무부 장관을 차례로 접촉했다. 정부가 관세 협상과 동시에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에 대해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관세 면제와 FTA 쟁점 사이에 ‘원샷 딜’(일괄 타결)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부와 기재부는 미국이 제기한 ‘한국을 거친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 의혹을 해소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산업부 소속 김 본부장과 강성천 통상차관보, 유명희 통상교섭실장 등이 철강 관세와 FTA 협상을 총괄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 간부들과 수시로 면담하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관세가 예고돼 있기 때문에 지난 15~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3차 개정협상을 마친 뒤에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현지에서 주요 인사를 만나 이해를 구하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에 주력하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19~2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철강 관세를 화두로 담판에 나선다.

청와대와 외교부도 ‘안보 세일즈’ 측면에서 철강 관세 협상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관세 면제를 촉구했다.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데 이어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과 통화했다. 강 장관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로스 장관에게 ‘핵심 동맹국인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로스 장관이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게 됐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철강 관세와 FTA 협상 연계에 적극적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의 조속한 합의를 전제로 철강 관세를 유예해준 캐나다·멕시코의 전철을 한국이 밟게 하려는 셈이다. 유 실장과 마이클 비먼 USTR 부대표가 수석대표로 나선 1·2차 협상과 달리 3차 협상에는 양국 통상 수장인 김 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별도의 통상장관회담을 갖고 FTA 쟁점을 놓고 이견을 조율했다.

양국이 3차 협상 직후 ‘신속성’과 ‘융통성’을 앞다퉈 강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이번 협상에서는 주요 관심사항인 자동차와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그 결과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자동차 분야 비관세 장벽(환경·안전) 해소 부분에서 접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슈별로 실질적인 진전을 거뒀다”면서 “향후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FTA 협상을 마무리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는 등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도 철강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철강 관세를 고리로 이런저런 요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FTA 협상을 빨리 끝내자’고 하는 게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이번 협상이 ‘신속한 소규모 거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원하는 것을 내주는 형태가 된다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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