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美·EU·中 관세폭탄..통상전쟁 격화

황인혁,고재만 입력 2018. 3. 18. 18:15 수정 2018. 3. 18. 22: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U, 미국산 쌀·의류 등 3조7천억 대상 관세 추진
中, 중국내 美기업 보복카드
한미동맹 명분 앞세워 실리 챙겨야

◆ 글로벌 통상전쟁 격화 ◆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23일 시행 예정)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제품들을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제동을 걸기 위해 최대 600억달러(약 6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이달 하순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관세 부과와 미국 국채 추가 매각 등 보복 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미·EU·중국 간 통상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최대 피해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EU가 제시한 미국산 제재 목록에는 오렌지주스, 쌀, 의류·신발, 세탁기, 섬유, 위스키, 주방용품, 오토바이, 보트, 배터리, 메이크업 제품 등이 포함됐다. 건설업과 제조업에 두루 사용되는 다수의 금속 제품도 해당된다. 보복관세 대상 품목 수입 규모는 연간 28억유로(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EU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를 철강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이 목록에 따라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철강 관세에 거세게 반발하는 나라는 EU만이 아니다.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철강을 미국에 수출하는 브라질은 철강 관세 면제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산 석탄과 에탄올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대대적인 응전을 벼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와 함께 중국의 대미 투자와 비자 발급에 제한을 가하겠다는 대중 압박 '3종 세트'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미 국채 매각 확대, 중국 진출 미 기업 규제 등 여러 보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클로드 바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중국의 보복관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은 미국에 정치·경제적으로 타격을 줄 제품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유럽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전선도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이 경제 세계화와 다자주의를 수호하는 데 노력하는 한편 무역 자유화를 지지하고 보호주의를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철강 과잉생산 문제에 대해 주요 20개국(G20) 논의 틀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의 통상 공격은 미국에 되레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정보통신기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에 3320억달러(약 355조원)의 손실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 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면 미국 대학들이 벌어들이는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고 그 피해는 미국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형태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대학에 다니는 국제 학생의 약 3분의 1이 중국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딸도 2015년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중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미국과 대만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 최종 서명했다.

 지난 2월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대만 고위급 공무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료를 만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대만과 낮은 수준의 교류만 진행해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여행법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위배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의 대만 교류 확대가 중국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대만에 비공식 대사관을 개소할 방침이며 대만에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철강 관세 면제를 약속받은 호주처럼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이지만 통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때리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중국산 철강의 환적 문제 대안을 제시하고, 한국이 미국 철강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설득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 갈등 초기 대응에 한국 정부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청와대는 한미 간 통상 갈등과 관련해 '외교안보와 통상 분리' '의연한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통상 이슈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등 범부처가 뭉쳐 '팀코리아(Team Korea)'로 대응해도 쉽지 않을 판에 컨트롤타워 없이 초기 대응에 허송세월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해 일본, 호주, 캐나다가 국가 정상이 나서 공조와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한국은 여기서도 소외됐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발발했는데 한국만 길을 잃고 허둥대는 모양새다.

 '한미 간 통상 갈등 해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뒤늦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철강 관세 문제를 언급했지만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칼날에 맞서 중국과 EU, 브라질 등은 보복관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한미동맹으로 꽁꽁 묶인 한국 입장에서는 강경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철강 관세 면제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연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게임에 말려든 것도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EU는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와 별도로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한 막판 협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0일 브뤼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관세 면제를 요청한 데 이어 이번주 중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만나 협상할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로스 상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고 로스 장관은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게 됐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