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③] 성혁, "찾았다..연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정다훈 기자 입력 2018. 3. 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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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잡학다식 소년에서.. 연출이 꿈인 15년차 배우 성혁 의 성장기 카운슬링의 대가 성혁은 “난 당연한데, 다른 사람은 당연하지 않아, 학창시절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내가 볼 땐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한데, 친구들은 왜 이상한 질문을 하느냐고 했다. 그래서 또래들이랑 거의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엔 누나나 형들이랑 친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지수진 기자
tvN 주말극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에서 동장군과 하선녀 1인 2역을 오가며 호평 받은 배우 성혁(본명 홍성혁)을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그는 10대 시절을 돌아보며, 매번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혼나는 ‘호기심 많고 주위가 산만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잡학 다식한 그의 정보력은 기자의 귀를 쫑긋거리게 할 정도로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어린 마음에 지렁이가 너무 신기했다. 반을 잘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걸 보며 왜 그런지 궁금해서 어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지렁이를 가까이서 보는 것 만으로도 징그럽다고 싫어하셔서 엄청 맞았던 적이 있다. 지렁이가 원래 그렇다고 하는데, 저에겐 당연한 게 없었다. ”

“어릴 때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8살 때 일요일 어느 날 느꼈던 제 감정이 떠오른다. 일요일인데 놀 사람이 없었다. 밖으로 나왔는데, 뭔가 마음에 우울하고 울적했다. 차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아 되게 외롭다’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

‘인생이 외롭다’고 느낀 소년은 TV를 보면서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배우의 꿈을 키워갔다.

어린 시절 호기심 때문에 혼났던 소년은 배우가 된 뒤, 잡학다식한 호기심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전체를 보는 걸 좋아해서 관찰을 많이 한다. 어떤 이야기나 사람들의 그런 성향 혹은 표정을 잘 안 잊어버린다. 그 걸 작품 속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납득이 되지 않으면 수긍하지 못하는 성격인 탓에 초등학교 시절엔 ‘구구단’을 죽어라 외우기 싫어했다. 20대 땐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억지로 외워야 하는 대본은 끔찍했다. 대신 30대가 되면서 유연성을 키웠다.

“지금은 유연하게 저 만의 방식으로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솔직히 20대 땐 외우기 싫었던 대본이 많았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외우라고 하면 돌아버릴 지경이 된다. 이제는 납득이 안 될 경우, 감독님에게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란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제 의견이 맞아 떨어질 때가 많다. 그게 나이 먹어서 좋은 점이다. 몸은 퇴화하고 세포는 늙어가지만 그런 부분에서 좋은 점도 있다.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존중해주려고 한다.”

2005년 SBS TV 드라마 ‘해변으로 가요’로 데뷔한 성혁은 영화 ‘좋은 친구들’(2013), ‘인천상륙작전’(2016)과 드라마 ‘결혼해주세요’(2010), ‘백년의 신부’(2014), ‘왔다! 장보리’(2014), ‘당신만이 내 사랑’(2015) 등에 출연했다. 특히 ‘왔다! 장보리’ 속 문지상 역은 많은 이들에게 ‘성혁’이란 이름을 각인시켜 준 캐릭터이다. 이후 1년 반 가량의 휴식기를 거쳐 드라마 ‘화유기’로 돌아왔다.

2014년 ‘왔다! 장보리’와 2015년 ‘당신만이 내 사랑’ 이후 그는 자발적으로 1년 반 가량의 휴식기를 가졌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데 연기를 계속 해 나간다는 게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1년 반 가량의 휴식은 제 선택이었다. 너무 공허해서 다시 뭔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연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했다. 제가 행복하지 않은데 연기를 통해 남들에게 행복감을 전달 할 수 있을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에게 배우의 이런 모습이 다 보이지 않나. 그걸 고민했던 시기다.”

그는 “처음 배우일을 시작할 때부터 연출을 해보고 싶었다” 며 “언젠가 연출을 하는 게 제 꿈이다”고 말했다. 배우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연출 쪽으로 뛰어들고 싶진 않았다. 또 무작정 연출 일을 시작하는 무모한 배우도 아니다.

“연출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한국에서 배우겠다는 생각 보다는 외국에서 나가서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배우로서 성공 지점에 가서 다음 목표로 연출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많은 걸 알고 싶고 도전하고 싶다. 배우 생활을 15년 했지만 다작 배우는 아니다. 제 필모에 비해선 작품 수가 많지 않다. 속도는 더뎠지만 스텝이 뒤로 물러나진 않았다. 조금씩이나마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왔던 것처럼, 도전을 계속 해 나가려고 한다.”

배우 성혁의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그냥 좋아’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저 배우가 어떤 감동을 주고, 어떤 느낌을 주는지는 배우가 판단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좋은 사람’이란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아니면 좋은 배우가 아닌 것 같다. 결국 나중엔 들키더라. 제 꿈은 좋은 사람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지 연기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이 행복을 관객들에게 전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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