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미투'로 재조명된 '단역배우 자매 사건'..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이유는?

송욱 기자 2018. 3. 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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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재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이 사건과 관련된 청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월에도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청원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해당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최근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열풍으로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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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재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이 사건과 관련된 청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월에도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청원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해당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최근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열풍으로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의 전말을 짚어봤습니다.

■ "얼마나 억울했으면 죽었겠냐"…두 딸의 죽음, 혼자 남은 어머니

지난 2009년 8월 28일, 한 여성이 빌딩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로부터 6일 뒤 또 다른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두 여성은 자매 사이였습니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간격으로 두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딸들을 잃은 충격으로 한 달 뒤 남편마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가족을 모두 잃은 어머니는 지난 2015년 SBS 모닝와이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꽃다운 나이에 얼마나 억울했으면 죽었겠냐"며 첫째 딸이 '그 사건'을 겪은 이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언니를 따라 목숨을 끊은 둘째 딸 역시 "나 때문에 언니가 저렇게 됐다"는 말을 자주 하며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자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아르바이트하는 줄 알았는데...'살기 싫다'는 메모 남긴 딸

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4년입니다.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던 첫째 딸은 동생으로부터 한 출연자 관리업체를 소개받아 드라마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별일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줄 알았던 어머니는 첫째 딸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 무려 12명에 달하는 관리업체 직원들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겁니다.

2004년 12월, 첫째 딸은 가해자들을 고소했지만 2년 만에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어머니는 당시 고소를 취하한 이유가 가해자들의 지속적인 협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첫째 딸에게 "가족을 죽이겠다",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는 겁니다. 고소 취하 후 병원에서 치료받던 첫째 딸과 언니를 업체에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둘째 딸은 어머니의 곁을 떠났습니다.

■ '두 딸 영혼 하늘 맴돈다'…시위 나섰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이미 취하된 사건에 다시 고소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지난 2014년 민사 손해배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 때로부터 약 9년 6개월, 자살한 때로부터 약 4년 6개월 지났기 때문에 민법상 소멸 시효인 3년이 지났다"며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억울함을 밝히겠다며 직접 거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강간 살인마를 벌하여다오! 진실을 밝혀다오' 등의 내용과 첫째 딸이 가해자로 지목한 12명의 이름이 적힌 패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어머니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2017년 법원은 "피고인과 두 딸이 겪은 일련의 사건에서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극심한 괴로움을 보며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6일 기준으로 '두 자매 자살 사건'의 재수사 요청 청원은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인은 "여전히 가해자들과 부실 수사를 한 사람들이 잘살고 있다"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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