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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①한국 표준시 바꿀까?

김종화 2018. 3.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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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자오선이 통과하는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천문대와 세계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사진=유튜브 화면캡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시간은 금이다'는 속담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간이 없으면 금도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금보다 소중한 것이 시간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시간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의 자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태양시라고도 합니다. 각 나라의 표준시(태양시)는 그 나라가 위치한 경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태양이 그 나라가 정한(대체로, 그 나라의 가운데나 수도) 자오선(子午線)을 지나는 시각에 맞춰 표준시를 정하고, 공통으로 사용합니다.

지구는 대체로 24시간에 360도(°) 회전합니다. 그 회전각도와 시간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지구를 24등분해서 경도 15°는 1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경도 본초자오선과의 각도입니다. 경도 0°는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의 각도입니다. 자오선이 양극점과 내가 서있는 위치를 지나는 큰 원이라고 하면, 본초자오선은 시간의 기준이 되는 0초가 시작되고, 경도 0°가 시작되는 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표준시(KST, Korea Standard Time)는 협정 세계시(UTC, Universal Time Coordinated)보다 9시간 빠른 동경 135°가 기준(UTC+09:00)입니다. 본초자오선에서 동쪽으로(동경) 15°가 9번 이동한 거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실제 시차가 30분이지만 동일한 시간대를 사용합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쳐]

일본 표준시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기까지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서울의 경도는 동경 127° 30'(127도 30분)입니다. 조선시대 말 한때 당시 청나라와 같은 동경 120°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908년 4월1일 대한제국이 표준시를 첫 시행할 때 한반도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 30'(UTC+08:30)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바꿨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인 1912년 1월1일 조선총독부가 동경 135°(UTC+09:00) 기준인 일본 표준시에 맞춰 표준시를 다시 고칩니다.

1954년 3월21일 이승만 정부가 동경 127° 30'(UTC+08:30) 기준으로 되돌렸지만 1961년 8월10일 박정희 군사정부가 동경 135°(UTC+09:00) 기준으로 재변경 했습니다. 이후에도 국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동경 127° 30'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북한은 2015년 8월15일 표준시를 동경 127° 30'(UTC+08:30) 기준으로 변경합니다. 같은 경도에 있지만 현재 남북한 간에는 30분의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2015년 광복절, 북한이 표준시를 되돌렸을 때 구속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자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개성공단이 가동 중이었는데 북한의 표준시 변경으로 개성공단 통행과 운영 등에서 남북의 사용시간대가 달라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일까요? 이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는데 북한의 표준시 개정 때문은 아니겠지요?

영국 런던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본초자오선을 중심으로 동서로 그려진 경도. 경도는 본초자오선과의 각도를 말하는데 경도 15도 마다 1시간의 시차가 발생합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쳐]

이 쯤에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1434년 11월2일(세종 16년 음력 10월2일) 세종대왕이 해시계(앙부일구)를 만들어 서울 혜정교(현 광화문우체국 북쪽)와 종묘 앞에 설치했습니다. 표준시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지만 당시 해시계로 정한 한성(서울)의 시간은 오늘날 UTC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협정 세계시보다 8시간28분 빠른 불과 2분 차이였습니다.

또 하나는 서울과 도쿄의 경도 차이는 12°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은 동경 127°, 도쿄는 동경 139°도 입니다. 일본의 가운데 지점이 경도가 135°입니다. 따라서 실제 서울과 도쿄의 시차는 48분 정도로 꽤 시간차가 큽니다.

조상이 정확히 짚어준 우리 시간대를 편리 여부에 따라 고쳐 사용하는 것. 고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일부 국회의원이 "표준시를 되돌려 일본 제국주의 잔재에서 벗어나 우리의 영토주권과 역사를 재확립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광복절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바꾸면서 내세운 논리가 일본 제국주의 잔재 청산, 영토주권 회복 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논리가 표준시 개정과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자'는 말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역사문제로 인한 일본에 대한 거부감 유무와 비효율성에 대한 논쟁을 떠나, 우리 국민의 삶에서 30분이란 시간이 늘어나는 역사적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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