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표에 '사회적 가치' 측정 반영..SK, 어떻게 계량화하나

심동준 2018. 3. 1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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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제적·사회적 가치 모두 반영…사회 가치 측정나서
영업·사회공헌·경제 등 분야별 가치 측정 방식 유력
전문가·학계와 신뢰성, 타당성 검증…계열사별 조율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SK그룹이 주요 경영 지표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 창출 부분까지 경영성과 책정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최태원(58) SK그룹 회장이 주도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SK그룹은 향후 전략 수립, 성과 관리, 구성원 행동 등의 기준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반영한 더블바텀라인(DBL)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는 단순히 수치나 지표로 표시될 수 있는 기존의 경제적 가치와는 성격이 달라, SK가 어떤 방법을 적용해 이를 계량화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DBL을 경영상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기 위한 첫 과정으로 사회적 가치를 정량 측정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 중이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안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해석되는 행위를 선정하고 그 부가가치 등을 화폐 단위로 환산하는 방식이 기틀이 될 전망이다.

복수의 SK그룹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SK그룹에서 구축 중인 사회적 가치 평가 체계는 ▲영업 ▲사회공헌 ▲경제적 효과 등 분야별로 측정이 이뤄지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먼저 영업 기반 사회성과의 경우, 기업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회에 기여한 정도를 금전적으로 책정하게 된다. 예컨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오물을 일정량 감축했다면, 동일한 분량의 폐기물 처리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서울=뉴시스】


에너지를 절감하는 산출물을 내놓는 경우에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계산하게 된다. 일례로 절전형 제품을 생산하거나, 전기가 적게 드는 제품을 사업장에서 사용한다면 종전 대비 줄어든 전기료 수준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낸 것으로 본다.

사회공헌 기반 사회성과는 기업이 직접 사회공헌 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한 부분 등을 고려한다. 직접 사회공헌을 하는 경우에는 주로 기부금 액수, 지원금 액수 등 금전적으로 산정 가능한 부분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판단한다.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해당되는 것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SK그룹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평가 체계를 정교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적 효과와 관련한 사회성과는 조직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임금,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배당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기업 회계에서 당연히 비용으로 처리됐던 부분들을 사회적 가치와 결부시켜 해석해보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측정은 분야별로 독립적 또는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직접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생계급여를 받는 무직자를 고용하고 그에게 월 170만원의 급여를 제공하는 경우 약 220만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계산된다.

생계급여 명목으로 국가에서 지급받던 약 50만원에 더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170만원이 지원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 이 같은 일을 하고, SK그룹이 해당 기업을 지원하게 되면 220만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기업을 보조한 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따로 책정하게 된다.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는 폐처리 비용과 생산물의 부가가치 등을 합산해 사회적 가치를 금전으로 계산한다. 재활용 제품 생산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자를 신규 고용했다면, 앞서 언급된 가치만큼 금액이 더해진다.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는 SK그룹 주도로 구축되고 있다. SK그룹은 전문가·학계와 다수의 회의, 세미나 등을 진행하면서 측정의 신뢰성과 타당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그룹에서 일정한 틀을 만들게 되면, 각 계열사는 자신의 회사 영업 형태에 맞춰 구체적인 부분을 조율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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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가치 산정 방식 등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집약적 기업의 경우 지급하는 임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성과 기초치가 높은 반면, 실제 사회적 기여가 많은 기업이어도 실적 악화로 배당이 위축되면 그만큼 측정치가 하락하는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은 까닭이다.

아울러 모든 행위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무형적 가치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실제로 사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가능성, 교육 또는 배경에 따른 문화자본, 구성원의 만족감 등 금전적으로 환산이 어려운 가치 판단 요소 등은 측정에서 배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은 "무형적인 효과에 대한 가치 측정은 현재로선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금액화가 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측정을 하고, 그 외 정성적인 부분들은 향후 연구와 합의를 거쳐서 구축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치로 나타나야 하는 부분이이어서 정성적인 부분을 반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등의 말을 했다.

다만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경영 활동 평가 기준에 포함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공동체에 부담을 전가했던 과거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경영 문화가 자리잡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공에 보탬이 되는 일을 권장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뒷받침되는 문화가 확산하게 되면, 점차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해보려는 개인이나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소속 한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해도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소홀해지는 경우가 그동안 많지 않았나"라며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을 보상해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고,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곳들이 많아진다면 사회도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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