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게임 이용자 늘어나니..게임 관련 산업 '잘나가네'

손해용.성지원 입력 2018. 3. 18. 01:01 수정 2018. 3. 18. 07: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변 넓어지며 보편적 여가로 자리잡아
게임하며 돈 아끼는 '겜테크' 신조어도
뉴욕양키스, e스포츠 구단에 투자
60대 여성, 레즈비언이 캐릭터로

회사원 설지환(30)씨는 주중 2~3일은 아내와 PC방을 찾는다. 온라인 슈팅게임 ‘오버워치’를 함께 하기 위해서다. 주말이면 둘이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4로 게임을 즐긴다. 설씨는 “취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이 늘면서 ‘겜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게임+재테크’의 줄임말로 좁게는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아 돈을 버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퇴근 후 게임을 즐기며 여가에 드는 비용을 아끼는 것을 통칭한다.
2016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리그 결승전.[중앙포토]
회사원 채성식(29)씨는 “한 달에 2~3만원 드는 PC방 이용요금 외에는 취미에 돈 쓸 일이 별로 없다”며 “다른 여가활동보다 가성비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요에 맞춰 최근 컵라면ㆍ과자는 물론 스파게티ㆍ떡볶이ㆍ볶음밥 등을 파는 ‘카페형’ PC방이 번화가에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파는 음식 종류만 40가지가 넘는 곳도 있다.

담배 연기 자욱하고 가끔 ‘나쁜 형’들한테 돈을 빼앗겼던 오락실의 기억은 옛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여성이 늘고, 디지털 시대 보편적 여가문화로 자리 잡아 가면서 게임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촌의 한 PC방의 전경. 다양한 조리음식을 팔고 있다.[성지원 기자]
대표적인 게 e스포츠다. 지난해 4800석 규모의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렸던 롤(LOL) 챔피언스 코리아 리그의 여름 결승전 티켓은 판매가 개시된 지 5분 만에 매진됐다. 2차 판매량도 1분 만에 다 팔렸다. 대학생 정혁진(27)씨는 “온라인 카드게임인 ‘하스스톤’ 프로 리그를 10번 넘게 ‘직관’(직접 관전)’했다”며 “팬들끼리 경기장에 모여 응원을 하다 보면, 현장감과 몰입도가 직접 게임을 하는 것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2017년 롤 월드챔피언쉽 리그 준결승전 시청자 수는 8000만 명이 넘었다. 미국은 2013년부터 일부 종목 프로게이머에게 프로 운동선수와 같은 수준의 취업비자인 P-1을 발급하고 있다.

전통 스포츠 구단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미국 프로야구구단 뉴욕양키스는 지난해 롤 게임단 등을 운영하는 ‘비전e스포츠’에 투자했다. LA레이커스 소속으로 NBA에서 우승컵을 세 번 들어 올렸던 릭 폭스는 롤 게임단 ‘에코 폭스’의 구단주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은 지난해 말 축구 게임인 ‘피파’ 프로게이머를 키우는 ‘e스포츠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게임 방송 스트리밍 시장도 커졌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유튜버는 영국의 다니엘 미들턴이다. 마인크래프트 플레이어인 그는 팔로워 수가 약 1700만 명으로, 지난해 1650만 달러(약 176억원)를 벌었다. 2위인 캐나다의 에반 퐁 역시 게임 영상을 방송한다. 아마존은 게임방송업체 트위치를 9억7000만 달러(약 1조360억원)에 인수해 e스포츠 게임중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도서관ㆍ양띵 등 게임 방송 크리에이터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e스포츠 프로 선수의 연봉은 지난해 평균 9770만원으로, 전년 대비 52.5% 늘었다.

이런 게임 산업 활황에는 여성 이용자가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는 여성 이용자의 플레이 시간(748분)이 남성 이용자(293분)보다 2배 이상 많다. 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 관계자는 “2017년 롤 스프링 시즌 리그의 결승전 티켓 구매자 중에서 여성 비율이 46%”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여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65.5%로 남성(7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창현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PC방 초창기에는 당구장 문화의 영향으로 남성 이용자가 많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 게임 활성화로 저변이 넓어지면서 여성 이용자들이 많아졌다”며 “게임 제작사들도 여성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ㆍ디자인을 가미하면서 여성 이용자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즐기는 여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65.5%를 기록했다.
게임 내에선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노련한 저격수 ‘아나’는 전투 중 한쪽 눈을 잃은 60대 여성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기술을 가진 ‘트레이서’는 레즈비언으로 설정됐다. 오버워치의 열성 이용자인 여성 회사원 윤희재(29)씨는 “할머니와 성소수자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세계관이 좋다”고 말했다.

성차별적인 표현에도 민감해졌다. ‘옵치하는 여자들’, ‘전국디바협회’ 같은 여성단체는 여성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들었던 혐오 표현들을 기록ㆍ전시하고 있다. 여성 유저들이 게임에서 받는 성차별이나 비하를 막겠다는 취지다. ‘서든어택2’는 노골적으로 몸을 드러낸 여성캐릭터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공격당하는 장면을 게임 소개 영상에 담았다가 비난을 받으며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