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순간으로 시간여행, 우주 최초의 별을 찾아라

김진호 기자 2018. 3.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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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면 노벨상..빅뱅 후 초기 우주 밝힐 1세대 별 찾기 경쟁 가열

‘몸은 작은 휠체어 묶였지만 그의 지성은 우주 저 너머에 가 있었다.’

지난 14일 우리 곁을 떠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말할 때 자주 보게 되는 묘사 어구다. 우주폭발의 순간을 규명하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통일장 이론을 연구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나 호킹 박사처럼, 많은 우주론자들은 늘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자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등에 대한 답이 그곳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것도 검증되지 못한 우주의 시작, 약 138억년 전 태초의 특이점에서 그로부터 1억년 뒤 ‘최초로 별’이 나타났을 것이다. 이후 100억년 뒤 지구에선 최초의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암흑시대를 끝내고 본격적인 우주의 새벽을 깨운 최초의 별은 어디에 있었을까?

우주에 설치한 감마선 망원경이나 서호주 지역에 설치한 전파망원경 등으로 최초의 별에서 나온 전파나 폭발의 흔적을 찾는 여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최초의 별 타이틀은 136억년 전 태어난 별(SMSS J031300.36 이하 SMSS)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그보다 2000만년 전 에 있었던 별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그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천문학적 시간으로 두 별의 수명이 오차범위 내에서 겹치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관측 기술의 발달하면 이보다 전에 있었던 별뿐 아니라 빅뱅의 순간과 그 직후에 대한 증거들도 속속 밝혀질 것이며, 우주 초창기에 대한 보다 명확한 지식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세대 별은 무거웠다? … 가벼운 별도 생성 가능

빅뱅우주론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부분은 우주 탄생 후 약 40만년이 지난 때부터다. 이때 뜨거웠던 우주가 식은 뒤 수소안개 속에 갇혀 있던 에너지가 짧은 파장의 형태로 나와 흩어졌다. 지난 1964년 현재 우주 배경 복사(CMB)라 부르고 있는 당시의 에너지가 전파로 수신돼 검증됐다.

우주 배경복사의 발견으로 빅뱅우주론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우주론자들의 관심은 어떻게 별이 만들어졌을지에 대한 연구로 옮겨갔다. 수학적으로 계산된 초기 우주 환경 조건을 넣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는 이렇다. 별 생성의 준비기라 불리는 암흑시대가 빅뱅후 약 5000만 년에서 1억년이 지난 시점에 끝났다는 것이다.

최초의 별은 원시가스로 이뤄진 거대하고 무거운 별로 강한 자외선의 파란색 빛을 내뿜었을 것으로 분석된다-GIB

암흑시대를 종식시킨 1세대 별들은 지금 지구를 이루는 철(Fe)과 같은 무거운 ‘중원소’가 없었다. 원시 수소가스로만 이뤄져 매우 거대했고 질량이 무거웠다. 1세대 별은 태양보다 질량은 100배 이상 크고 20배 이상 뜨거웠으며, 1000만배 이상 밝았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약 15년 전까지 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졌다. 하지만 컴퓨터 해상도와 성능 개선으로 더 세밀한 환경을 조성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근에는 가벼운 별도 충분히 생성될 수 있었을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안경진 조선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 7~8년 전부터는 1세대 별에 가벼운 별도 일부 포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우주 초창기에 가벼운 별과 무거운 별이 모두 탄생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별은 호주국립대 천문학및천체물리학과 스테판 켈러박사 팀이 2014년 2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SMSS다. 이 별은 우주나이보다 약 2억년 어린 136억 살로, 빛의 속도로 약 6000년가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인 우리 은하 안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 교수는 “1세대 별이 무조건 멀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초기 우주 때 생긴 별과 은하들이 우주 팽창과 함께 병합하는 과정에서 우리 은하로 편입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켈러 박사팀은) 중원소량이 매우 적은 것을 근거로 SMSS가 초창기 별이라고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마선 폭발 흔적 찾아....최근 전파망원경으로 흔적 처음 발견

1세대 별을 찾은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SMSS처럼 중원소량이 매우 작은 것을 찾는 방법과 초기별 주변의 위치해 있던 중성수소에서 나온 전파의 흔적을 찾는 법, 초기별이 생을 마칠 때 나오는 감마선 폭발의 흔적을 찾는 법 등이다. 세번째 방법이 가장 널리 쓰여 왔다.

초기 1세대 별은 무겁기 때문에 대부분 감마선 폭발로 생을 마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하루에도 10여개 정도의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다”며 “이 중 거리가 먼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면 초기 별의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초기 별의 단서를 찾은 연구가 한창”이라고 말했다.

서호주와 아프리카 사막에서는 넓은 지역에 전파 수신 망원경을 설치해 우주 신호를 수신하는 '머치슨 전파천문대(Murchison Radio-Astronomy Observatory)'가 운영 중이다. 국제적인 연구팀이 차세대 전파망원경인 추가로 설치에 정밀도를 높이는  '스카’ (Square Kilometre Array)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초기 별에서 나온 빛에 의해 주변 우주공간에 떠다니던 중성 수소에서 전자가 방출되며 에너지가 나오는데, 그 전파 정보를 탐지하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머치슨 전파천문대를 통해 나온 첫 연구성과가 ‘네이처’에 발표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지구및우주탐사과 주드 보우만 교수팀은 약 2년여 전에 찾은 전파 신호가 빅뱅 이후 1억 8000만년이 지난 초기 우주의 별에서 나온 빛의 흔적임을 확인했다고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안경진 교수는 “중성수소에서 21cm 정도 파장의 에너지가 나와 우주공간을 떠다니다 길어져 2m 정도 파장의 마이크로파로 변했을 것”이라며 “이 파장이 우주배경복사와 같아 둘을 구별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우만 교수팀은 약 16년째 이같은 신호를 찾아 분석하는 중이다.

안 교수는 “전파 망원경으로 찾은 최초의 별의 흔적이라 이 분야 연구자들이 흥분하고 있다”며 “점점 발전하는 관측기술을 통해 연구자 사이에서 최초의 별 찾기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뱅(big bang) 우주론에 따르면 138억년 전 탄생한 우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급팽창 거친뒤 긴 암흑시대(dark ages)에 접어들었다. 그로부터 약 1억년 뒤 우주의 새벽(cosmic dawn)을 깨운 최초의 별이 생겼을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최초의 별을 찾기 위해 인류는 우주로 꾸준히 더 성능 좋은 망원경을 쏘아 올리고 있으며. 지상에서도 전파망원경 설치해 그 흔적을 찾는 중이다. -Nature 제공

최초 별 찾으면 노벨상?...한국도 국제 연구프로젝트 적극참여해야

최초의 별을 찾는 것은 결국 아직 누구도 밝히지 못한, 우주 탄생 후 40만년 이전 빅뱅 우주의 모습을 밝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밝혔듯 빅뱅후 약 5000만년에서 1억년 전 있었던 최초의 별을 찾고, 관측범위를 더 먼곳(우주에선 더먼 거리에 있는것은 더 멀리 있는 것과 같다)까지 넓혀 아직 증명된 바 없는 급팽창, 우주 특이점 이론등 빅뱅의 시작점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차세대 허블 망원경이라 불리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이하 JWST)'을 준비 중이다. 18개의 거울로 이뤄진 새로운 망원경을 통해 인류의 관측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주를 규명하는 것은 어느 하나의 연구팀이 할 수 없다”며 “국제연구에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하며, 최초의 별을 포함한 우주 초창기 연구에서 의미있는 발견을 해낸다면 노벨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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